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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의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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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무어라 글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정도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원래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좀 너무한 감이 없잖아 있다.

그럼에도 난 괜찮다. 잘 헤쳐나갈 자신이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느낀 나의 확실한 장단점이 있다. 꽤 타격이 커서, 단점은 하루빨리 바로 잡아야 함을 체감할 수 있었다.


우선 단점. 내 바운더리 바깥의 일에 대해서는 일체 신경을 쓰지도, 거의 관여를 하지도 않는다. 바운더리, 경계라는 것이 다소 복합적이다. 풀어 설명하자면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 굳이 내가 해야 될 일이 아닌 것,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아닌 것. 이런 것들이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에는 분명히 지금 해야만 하는 일도 있고, 내가 해야 될 일이 아니지만 하면 좋은 일도 있고, 당장은 하지 않더라도 결국엔 무조건 해야지만 문제가 해결되는 일도 있음을 느꼈다.


간단히 예시를 들자면 나는 전과 이후 새로운 계열의 공부가 하기 싫었다. 그래서 외면했다. 결과적으로 곤두박질친 나의 상태를 볼 수 있었다. 물론 학창 시절부터 내게 학업은, 쳐다보기도 싫은 것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어린 그때 그 시절의 나의 자아는 어느 정도 묵인을 할 줄 알았던 것 같다. 더군다나, 대학은 가고 싶었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위한 하기 싫은 짓은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었다.


학과 공부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우선 그것부터 명확하지가 않다. 누군가 내게 짚어 설명해 주었으면 좋겠다. 우선, 내 꿈을 위한 학과 공부는 아니다. 역겹도록 아니다. 제발, 결국엔 피와 살이 될 것이라는 회피성 발언을 삼가 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따지면 구태여 학업이 아니더라도 숨 쉬는 과정에서 하는 모든 경험이 피와 살이 될 것이다.

다음, 학생의 본분이 학업이니까 당연히 해야 된다라는 말. 인정한다. 타의든 자의든 내가 저항하지 않고 선택한 '대학생'의 길이다. 학생이니, 학업에 몰두해라. 반박할 수 없지만 내가 묻고 싶은 것은 학업에 선행하는 무언가가 아니라, 후행하는 무언가다.

나는 어떤 것을 목표로 학과 공부에 열중해야 하는가. 원래는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하여 학업을 이어나가기로 생각했다. 뒤늦게 깨달았다. 진심이 아닌 목표는 내게 목표로 작용할 수가 없었다. 이 부분은 앞으로 변화의 여지가 있긴 하다. 항상 듣는 말,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 있겠는가. 하기 싫은 것을 목표로 두고 하기 싫은 짓을 할 줄도 알아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어쩌면, 지금이 그런 상황일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내게 학과 공부는 취업을 위한 무언가, 그 이상 이하의 것도 아니다. 취업을 목표로 한 학과 공부, 난 취업을 원하는 것이 아니기에, 바운더리 바깥의 학과 공부를 저 멀리 내쳐버렸다.


뼈저리게 느꼈지만, 아직 난 홀로 된 몸이 아니기에 이런 행태를 조절해야 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어리석었다. 21살의 어른인 줄 알았지만, 아직 내가 저지른 행동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것은 오직 내게만 허락된 문제가 아니었다. 반성했다. 앞으론 바운더리 바깥의 일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관여를 해줄 것이다.


이와 반대로 장점은, 내가 하고자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는 기어코 해낸다는 것이다. 관심 없는 국가근로장학금, 국가장학금, 군입대에 관해서는 정보력이 한참 부족하다. 궁금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심 있는 외부 장학금, 해외 봉사단 활동, 운동, 예술, 카페 알바 등에 대해서는 철두철미하다. 일례로 이번 여름방학 때도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카자흐스탄 해외 봉사단에 선발됐다. 장점은 그대로 지켜가면 될 것 같다.


다리가 부러졌다. 정확히 말하면, 제5 중족골 피로 골절. 과도한 운동으로 인해 대미지가 쌓여서 부러졌다고 한다. 최근에 하프마라톤을 뛴 게 화근이었나 보다. 이것 때문에 미칠 노릇이다. 방학의 많은 일정들이 조각나버렸다. 나만 불편한 것도 아니라서, 부모님께 죄송할 따름이다. 근 한 달은 못 걷기 때문에, 하마터면 해외 봉사도 가지 못할 뻔했다. 그랬다면, 난 정신이 나가버렸을 수도 있다.


문예창작학과 복수전공을 신청했다. 다음 학기는 6개의 전공을 듣지 않을까 싶다. 이럴 때일수록 하루라도 빨리 예술가가 되고 싶은 것이다. 어쩌면 난 이미 예술가일지도 모르겠지만.


차마 이곳에서는 다 밝히지 못할 너무 많은 일들이 날 덮쳐온다. 비록 아직까진, 끝을 모르기에 전화위복을 노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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