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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크게 후회하라

by 작가

내가 죽지 않는다면, 브런치스토리라는 이 공간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끊임없이 내 이야기를 써내려 갈 것이기에 오늘도 글을 쓴다. 부디 가깝고 먼 미래에 이 글을 보며 별 일 아니었던 것처럼 미소 지을 수 있기를.


과를 옮기고 첫 학기가 끝이 났다. 불만족스러운 성적, 한 학기 동안 지속됐던 머리 아픈 고민들, 후일의 내가 할 평가는 또 달라질 수 있겠지만 나는 과를 옮긴 것을 후회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냥 이런저런 고민 없이 문예창작학과로 옮길 걸 그랬다. 이를 인정하기까지 한 학기가 걸렸다. 왜냐하면 나는 "지난 일에 후회하지 않아"야 된다고 끊임없이 믿었고, 스스로를 세뇌했기 때문이다. 지난 일이기에 바꿀 수 없고, 그러므로 지난 일에 후회는 없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그저 내가 행한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스스로에게 강요하는 그런 자위에 불과했던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도 하기 싫은 것을 거치고 해야만 하는데, 하기 싫은 것을 위해 하기 싫은 것을 어떻게 유의미한 정도로 해낼 수 있겠는가.

최근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하고 싶은 것을 최선을 다하는 것은 그저 내 소망, 무책임하고 마음 편한 소리에 불과한 것인가? 왜냐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사람들처럼, 하고 싶지 않아도 견딜 수 있는 그런 인내심과 노력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하는 것인가?


너무 어렵더라.

난 하고 싶은 것을 최선을 다하는 것에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용기와 최선이 함께라면 성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안정적인 길은 반대편에 있었다. 그럼에도. 안정적이라고 실패하지 않는가? 어쩌면 확률은 정말 쓸데없는 숫자 놀이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이다. 기준이 있다면, 1프로의 확률이라도 해내면 그것은 해낸 것이다. 99프로의 확률로 해낼 수 있다고 해도 1프로의 확률로 해내지 못하면 그것은 해내지 못한 것이다. '안정성'이라는 그 눈속임에 너무 큰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정말 오랜만에 온전한 침대에 누워본다.

안정적인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체감하면서, 다시 돌아가기가 두렵기도 하다. 편안함 속에서 변화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또, 편안함에 익숙해져 시간을 흘려보내고 다시 불편해져야 변화를 고민한다. 무한 반복. 언젠가 이 굴레를 끊어내기를 원한다.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금방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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