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누르기
책 읽기를 습관으로 만드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고등학교 생활이 끝나면서부터 계속해서 필요성을 느껴왔던 일이고, 끊임없이 노력해 왔어요.
하지만 습관은 그리 쉬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것 같네요.
솔직히 책 읽기를 그냥 하루 할 일로 적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도저히 내키지가 않아서 그렇게는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원하는 것은, 틈날 때 책이 손에 들려있는 그런 경지.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며 독서를 습관화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껴요.
주변에 참 방해물들이 많고 즉각적인 쾌락을 주는 게 넘쳐나거든요. 물론 그에 반대되는 일명 "재미없는 것들의 잔잔한 재미"를 어느 정도 깨우치긴 했지만, 습관까지는 아직 어렵네요.
이번주에도 습관화 시도를 계속해서 했어요. '시지프 신화'라는 책으로요. 이 책은 굉장히 어려워요.
어렵다는 말로는 조금 부족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는 책의 문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빠르게 읽혀야 몰입할 수 있는 편인데 이 책은 한 문장 한 문장 독해하듯이 파고 들어서 읽어야 하는 수준이고 그 마저도 이해가 완전히 되지 않다 보니까 읽는 과정에서 짜증이 나더군요.
그 짜증은 제 기분을 다운되게 했고, 덕분일까요 평소보다 조금 냉정하고 냉철해졌어요.
뭐 다들 그렇지 않을까요? 기분이 들뜰 때보다는 적절히 침착하고 차분할 때 차갑게 사고를 할 수 있는 법이죠.
기분이 다운되는 것이 저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아요.
어차피 이건 행복의 일부라고도 볼 수 있는 과정이거든요.
기분이 좋을 때가 있다면, 분명 다시 나빠져요.
반대로 기분이 나쁠 땐, 다시 분명히 좋아져요. 당연한 수순이죠.
인간의 기분이 좋고 나쁨은 상대적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그냥 그 기분을 받아들이곤 합니다.
그 순간순간의 기분을 열렬히 느끼고 소중히 간직하는 거죠.
그것마저 다양한 경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래도 기분이 안 좋은 것은, 말 그대로 좋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여러 해소할 방법이 필요하긴 해요.
그게 운동이 될 수 도 있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될 수도 있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게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이번엔 새로운 걸 또 발견했어요. 바로 말하는 거죠.
흔히들 감정에 솔직해져서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 인간관계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해요. 사실인 것 같아요. 전화상으로 저는 이번에 어머니께 제 여러 감정들을 그냥 있는 그대로 조곤조곤.. 이라기보다는 자세하고 열심히 설명했어요. 정말 그러고 나니 마음이 무척 가벼워지더라고요. 덕분에 어머니의 소중함도 한 번 더 깨달을 수 있었고, 따뜻한 통화 시간이 될 수 있었죠.
여기서 핵심은, 감정을 감정적으로 전달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감정을 이성적으로 스스로의 입장에서 보고, 느낀 그대로 자세히 묘사하고 설명하는 거죠.
비로소 그래야지 얘기를 듣는 상대방이 조금이나마 더 공감하기 수월해지고, 좋은 대화가 형성될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감정적인 얘기를 이성적으로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의 기분을 냉정하고, 냉철하게 바라보는 과정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모두 쉽지 않은 인생이고, 하루하루겠지만, 조금이나마 의식적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순간을 가져보아요.
대화에 있어서 침묵을 두려워하지 말자.
그 침묵은 소중한 대화를 도출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다.
침묵 이후에 닫혀있던 마음이, 입이 열린다.
그 침묵이 대화의 소중한 일부인 것이다.
어쩌면 발화와 대화의 순간보다 더 가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