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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타르트 Apr 25. 2024

결코 가족이 될 수 없는 관계

가족이라는 착각 속 가족이라는 이름에 가족이라 말할 수 없는 사이


얼마 전 시댁식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자리를 마련하였다.

이유인즉 작년 여름을 끝으로 아이에게 만나자는 연락을 해오지 않아서이다.

나의 관점으로는 "내가 보내지 않아서 보고 싶은데 못 보고 있다고 생각하시겠지"였고 

시댁의 관점으로는 "도대체 우리한테서 왜 멀어지려고 하느냐, 뭘 잘못했다고"였다.

먼저 만나자고 제안한 건 나였다.


아이에게 가족을 없애고 싶지 않았고 궁금하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내가 느끼고 생각한 바를 전달하고 싶어서였다. 아이의 안부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아이는 어른들의 염려보다 더 잘 성장하고 있다. 문제는 어른들..이지


먼저 어머님께 여쭈었다. 

"어머님 혹시 하실 말씀이 있으신지요?"

"나는 뭐 애가 보고 싶은데 왜 안 보내주나 이야기해보고 싶었다."라고 하셨다.

역시나 내 예상이 맞았다.

지금까지 수 없이 이야기했다고 생각했지만... 내 의사는 전달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럼.. 이제 제가 한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라고 시작하며 말을 이어갔다.

"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아이에게 친가 쪽 가족이 없기를 바란 적이 없습니다. 지금도 어머님이나 다른 가족분들이 제가 안보내서 못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계실 것 같아 말씀 드지만 전 항상 시간 될 때 연락 주시면 아이를 보내겠다는 의사는 분명히 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껏 연락을 주시지 않고 있으셔서 한 번은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시누이가 이어 말했다.

"우리는 네가 그렇게 이야기하더라도 너 눈치가 보였다. 아이를 데리러 가도 항상 아이만 냉큼 보내고 어쩔 땐 네가 내려오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도 왜 새 인생 사려고 하는 애들한테 할머니나 고모랍시고 애 보여달라고 하느냐 그냥 연락하지 말아라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이참에 그래야 하나 생각도 들었다."


다시 나는 말했다.

"어머님께서 항상 전화 주실 때마다 저는 상처받을 준비를 합니다. 남편이 있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남편이 없는 지금은 모든 게 상처가 됩니다. 지난번엔 하나 있는 애 키우는 게 뭐가 힘들다고 그러니?라는 말씀을 주시고, 또 한 번은 너 아직도 노니? 먹고살려면 돈 벌어야지 뭐 하고 있는 거니?라는 말씀을 주시지 않았냐. 그리고 저는 잊었다 생각했고 이해했다 생각했지만 지금의 여러 일들이 쌓이고 보니 지나온 일들도 다시금 생각이 납니다. 내 아들이 불치병에 걸린 건 너와 결혼을 잘못했기 때문이라고도 하시지 않았냐... "

흘리고 싶지 않았던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쏜살같이 닦아 내었다. 

같이 듣고 있던 시누이는 처음 듣는 이야기이지만 우리 엄마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렇지만 너의 상처는 이해된다라는 식의 말을 이어갔고 어머님은 난 그런 말 한적 없는데?라고 의아해하셨다.


그리곤 시누이는 말했다.

"우리는 너를 배려고 있었다."라고...


"저는 상처받은 채로 앞에서는 웃으며 맞이하고 뒤에서는 나쁜 말을 내뱉는 그런 행동은 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제가 한 행동이 오해가 되었다면 앞에서 상처받은 채로 웃지 못한 제 탓이겠지요. 그리고 저는 형님이 했다는 배려는 받지 못했습니다. 제가 배려를 바라지도 않았고 제가 한 말은 귀담아듣지 않은 채 저를 마음대로 판단하고 계시지 않으셨습니까."


아무 생각 없이 한말이다. 무의식 중에 나온 말이다.라는 식의 대화로 나의 말은 사라지고 있었다.


어찌 되었든 나의 상처는 접어두고서라도 이 만남의 요지는

"저는 아이가 많은 가족들 사이에서 마음이 충만하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였다.


시누이는 "너에게 그런 일이 있는 줄 몰랐다. 우리가 잘못한 부분이다.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라. 이제 시간도 많이 지났으니 조금 가볍게 살아가면 좋겠다."라고 나를 보며 이야기하셨다. 그리고 아이와의 만남에 있어서도 "네 눈치 보지 않고 이제 걱정 없이 적극적으로 연락하겠다"라고 하였다.


이렇게 대화는 두 시간가량 이어지고 ( 더 많은 내용의 이야기가 있지만... ) 다시 어색한 듯 서먹한 인사로 헤어졌다.





그 후로 2주가 지났다. 아이에게 연락은 없다.

앞에서는 나에게 미안하다는 인사를 했지만 돌아서고 보니 나를 괘씸하다 생각한 건지... 어떤 마음인지 나는 알 수 없지만 나의 언행으로 인해 아이에게 이제는 진짜 가족의 존재를 없애버린 건 아닌지 자책하게 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말 가려서 하지 말고 나에게 했던 더 많은 무의식의 말들에 대해 더 쏟아 낼걸 싶은 생각도 든다. 나를 이해하고자 할 마음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전한 것이 내 욕심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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