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보람찬 일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참 시간을 많이 쓰게 된다. 어른들은 알아서 하는 거의 모든 것들이 아이에게는 당연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 되면 밥 먹이고, 기저귀도 갈아입히고, 샤워도 해주고 옷도 갈아입혀줘야 한다. 하기 싫어하면 그만큼 시간이 추가된다. 등원하고 나면 그래도 내 일에 집중할 시간이 있다. 그러나 하원하고 나면 아이랑 놀다가 잠자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또 소요된다.
대학원생 때나 박사후연구원 시절에는 내 일만 했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서는 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없다. 그러나 연구가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아닐 것이다. 이런 시간도 영원하지 않고, 조금만 지나면 아이는 많은 것을 스스로 할 것이다. 이럴 때 남들과의 비교를 절대 하면 안 된다. 잘 나가는 동료 교수와 비교하면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생각하게 되고, 인생이 괴롭다. 그리고 본인이 힘들면 가족들에게 그 감정이 전이될 수밖에 없다. 그냥 이 시기는 흘러가는 시기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주변을 보면 자리를 잡고 나서 결혼하는 일이 잦지만, 그렇다고 젊었을 때 아이 낳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같은 학과에도 대학원생 때 결혼하고 아이까지 가진 교수도 있다. 그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참 대단하다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