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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위기 극복은 처우 개선부터

성공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평균 연봉이 중요하다

by 잔박 Feb 26. 2025

이공계 친구들을 만나면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의사들은 평균적으로 많은 돈을 벌지만, 정말 큰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투자를 하거나, 사업을 해야 한다고. 일례로 미국에서는 연구자로서 가망이 없다 느끼면 월스트리트로 가서 퀀트가 되는 경우가 많고, 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실리콘밸리로 가서 창업을 해서 성공하는 일이 잦다. 그런데, 한국은 어떨까?성공한 이공계 출신들은 많이 있을까?


IT 업계에서는 성공 스토리가 너무나도 많다.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씨는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학사를 나와 카이스트 석사를 졸업하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김정주 씨와 석사 시절 룸메이트였던 이해진 씨는 네이버를 창업하였다 [1]. 엔씨소프트를 창업한 김택진 씨는 서울대학교에서 전자공학 학사과정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2]. 공교롭게도 이들은 서울대학교 80년대 중반 학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인간형 로봇 휴보로 유명한 KAIST 오준호 교수는 연세대 기계공학과 출신으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창업하였다 [3].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가 지분을 취득하여 2023년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시가총액은 2025년 2월 26일 현재 7조 5천억 원 정도로, 오준호 교수는 17.37%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서 여전히 최대주주이다.


우리가 건강검진 가서 흔히 사용하는 인바디는 차기철 인바디 대표이사가 미국에서 박사 후 연구원 시절 읽은 체성분 분석 기술 논문을 바탕으로 창업한 것이다. 그는 연세대 학사, 카이스트 석사, 미국 유타대 박사학위를 받은 공학자이다 [4]. 인바디의 시가총액은 2025년 2월 26일 현재 3천3백억 원 수준으로, 차기철 대표의 지분은 17.87%이다.


카이스트 전자공학과를 졸업하여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리벨리온 박성현 대표는 AI를 위한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02학번이니 앞서 살펴본 이들에 비하면 꽤나 젊은 편이다. 리벨리온이 아직 비상장 회사이기 때문에 시가총액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누적 투자유치 금액이 2025년 2월 26일 기준 2970억이라고 하니, 상장에 성공한다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겠다. 박성현 대표의 지분은 9.36%이다 [5].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학생들이 이공계에 올까? 아쉽지만, 필자는 아주 효과 있는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부모들은 세상을 살아봤기 때문에 다 안다, 의사가 되는 것이 "평균적"으로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임을. 안타깝게도 그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심지어 이공계 교수들의 자제들도 의대를 많이들 가니까 말이다.


이공계 대학생들이 스스로 공돌이라고 폄하하고, 대학원에 끌려간다고 표현하는 것은 어느 정도 현실을 반영하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위와 같이 장밋빛 사례만을 제시하며 꼬드기려는 시도는 효과적이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의 의대 쏠림을 경감시키려면 이공계 인력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수적이다. 배우기 힘들지만 가치가 있어야 한다. 노력만 요구하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하지 않는다면, 우수 인력을 데려오기 더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우리가 미국처럼 유학생들이 넘쳐나는 나라도 아니잖은가 [6].


[1] 연합뉴스 '룸메이트' 김정주-이해진 희비 엇갈려 (2016년 7월 17일) https://www.yna.co.kr/view/MYH20160717011900038

[2] 머니투데이, 서울대 선후배 김정주·김택진, 대학시절엔… (2012년 6월 10일)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2061009072601495     
[3] 동아일보, KAIST 기부 ‘휴보 아빠’ 200만원 주식이 50억 된 사연[최영해의 THE 이노베이터] (2021년 11월 14일)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11114/110231948/1

[4] https://inbody.co.kr/press_release/contents/view/36/?qr=&page=

[5] 아시아투데이, [단독] 베일에 싸여있던 리벨리온 지분구성 공개됐다…박성현 대표 지분은 '9.36%' (2024년 12월 11일) https://news.nate.com/view/20241211n30616

[6] 손에 잡히는 경제, 삼성전자 어려운 게 주52시간제 때문일까요? – 박준영 산업인류학연구소장 (전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 (2025년 2월 20일) https://www.youtube.com/watch?v=jBzTbAgc1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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