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생활은 막막하고 유학은 외롭다
대학원 생활은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나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점인 것 같다. 연구라는 것을 처음 해보고, 발표를 하고 논문을 쓴다. 이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지만, 뜻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때의 고통은 이루 말하기 어렵다. 유학을 나갔다면 어려움이 한층 배가된다. 언어의 장벽이 있고, 친한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자주 만날 수 없어 외로움도 크다. 향수병을 겪어보지 않은 이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정말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필자 역시 이 과정을 모두 거쳤고, 그때마다 다른 어려움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후학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다음과 같다.
대학원 시절은 참 막막했다. 아는 것은 없었고,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도 잘 몰랐다. 그때 그나마 나를 지탱해 주었던 것은 양적 지표였다. 학회 발표를 다녀오거나 논문이 한 편 나오면 내가 조금은 성장한 것 같았다. 논문이 잘 나오는 분야가 아니라서, 학회
발표를 정말 열심히 다녔고, 덕분에 학회에서 주는 상도 몇 개 받을 수 있었다.
박사 후 연구원 시절에는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 그때 여러 시도를 해봤는데, 결국 해답은 오래된 격언에서 찾을 수 있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정신이 피폐하다면, 체력이 부족한지 돌이켜보자. 체력이 부족하면 무엇을 하든 짜증이 쉽게 난다. 드라마 미생에서도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라고 하지 않던가. 무엇보다도 운동할 때는 딴생각이 들지 않는다. 필자 역시 박사 후 연구원 기간 동안 매일 한 시간씩 운동한 적도 있었다. 한 시간 달리고 샤워를 하면 스트레스도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필자는 오랜 기간 밤에 잠에 일찍 들지 못했다. 항상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민이 특히 심할 때마다 일기장을 꺼냈다. 어느 날은 서너 쪽에 걸쳐 쓰기도 했다. 머리에 담아두기만 하면 계속 고민하겠지만, 다행스럽게도 머리에서 출력하면 고민이 어느 정도는 잊힌다.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고민을 털어놓는 것과 유사한 효과인 것 같다.
박사 후 연구원 시절에는 사람들도 많이 살지 않는 동네에서 일하느라 많이 외로웠다. 이상하게 해외에서 살면 한국 소식이 참 그립기도 하다. 그래서 그때는 팟캐스트나 유튜브로 뉴스를 엄청 많이 들었다. 사람이 보고 싶으면 비행기 타고 몇 시간 안에 갈 수 있는 동네에 사는 친구들을 보러 자주 갔었다. 1년에 한 번씩은 꼭 한국에 다녀왔다. 한국에 가 있는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눴다. 그래도 이렇게 한 번 다녀오고 나면 그다음 1년을 버틸 힘이 조금이나마 생겼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