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박사 후 연구원으로 살지 말자
누구나 박사 후 연구원으로 평생 지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대학 교수나 연구소의 정직원, 아니면 회사로 가고 싶을 것이다. 필자의 경험에 기반하여 대학 교수가 되는 방법을 한 번 살펴보자. 대학 교수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과 대학들이 참여하는 구인/구직 시장을 임용 시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임용에 영향을 끼치는 것들은 사실 아주 많다. 어디서 공부했는지, 연구 실적은 어떻게 되는지, 과제를 수주한 경험이 있는지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때에 따라서는 산업체 경력이 있는 사람을 원하는 경우도 있다. 박사 후 연구원 때는 잘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왜 이런 사람을 뽑고 싶어 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왜 논문 실적이 좋은 사람 이어야 할까? 연구 중심 대학은 해당 학과에서 확장하고 싶은 분야에서 연구를 잘하는 사람을 최우선으로 뽑고 싶어 한다. 따라서 단순히 논문 실적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 그 학교에서 뽑고 싶은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냈어야 한다. 연구를 활발히 하지 못하는 대학이더라도 연구를 못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대학 평가에 연구 지표가 들어가기 때문에 논문을 잘 써야 한다.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서 연구를 잘해야 한다. 연구 중심 대학에 비해서는 양적 지표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둘째, 왜 과제 수주 경험이 있으면 좋을까? 당연히 대학에 임용되고 나서 과제 수주를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를 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다. 학생 인건비도 줘야 하고, 장비도 구입해야 한다. 돈을 따본 사람이면, 다음에도 돈을 따올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왜 좋은 학교를 나와야 하는가? 우리 모두가 터부시 하는 주제이기는 하지만, 좋은 학교를 나온 것은 분명 큰 장점이다. 구인자 입장에서 구직자의 많은 부분을 굳이 알아보지 않아도 졸업장과 성적증명서로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를 더 잘했기 때문에 잘 이해하고 가르칠 수 있다는 점도 한 몫하는 것 같다. 이른바 서열이 낮은 학교에서는 학부나 대학원에서 가르쳐야 하는 내용을 모두 가르치지 않는 경우가 많기도 하다. 조금은 불편한 진실이지만, 좋은 학교 출신들이 자리를 많이 잡고 있고, 그래서 심사나 평가를 준비할 때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다.
좋은 연구하고 권위 있는 저널에 논문을 많이 쓰라는 조언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필자는 그런 조언 말고 보다 현실적인 조언을 하고 싶다.
대학 교수가 되고 싶다면 일단 공고를 살펴보자. 한국에 직장을 얻고 싶다면 하이브레인넷(https://m.hibrain.net/)에 가입하고 이메일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하이브레인넷은 트위터 계정도 있는데 (https://twitter.com/HiBrainNet), 이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공고를 빼먹을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시장조사를 해서 최근에 임용된 사람들이 어느 정도 연구 실적을 갖췄는지 확인해 보라. 지원하는 대학에 어떤 경쟁자가 올지 모른다면, 당신은 학회에 가서 다른 사람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반드시 실적만 갖고 사람을 뽑지는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감을 잡기만 하자. 해외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면,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세미나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방 거점 대학교도 무시하지 말고 한 번씩 방문해 보는 것이 좋다. 그곳들이 당신의 미래 직장이 안된다는 보장을 누가 할 수 있는가? 학회에서 한국인 교수님을 만났다면 인사하고 명함을 드릴 수도 있을 것이다.
눈에 띄는 공고를 봤다면, 지원 자격을 확인하라. 두 말하면 잔소리인데, 지원 자격을 못 채우면 지원해 봤자 헛수고이다. 그리고 해당 학과에 대해서 알아보자. 강의는 대학 교수의 책무 가운데 하나이다. 대체로 강의 부담은 강의 숫자를 학과 내 교수 숫자로 나눈 것이다. 바꿔 말해서 학과 교수의 수가 10명 미만이라면 강의 부담은 꽤 있을 것이다.
박사 후 연구원의 경우, 어떤 대학에 지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지도교수와 상의하자. 지도교수의 추천서가 필요한 일이 많으므로, 지도교수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 지원하기 전에 전임과 비전임의 차이를 반드시 분명히 이해하라. 당연히 비전임보다 전임이 되는 것이 훨씬 좋다.
공고문을 다시 확인해서 어떤 문서들을 제출해야 하는지 확인하고 제출하자. 대체로 연구 제안서나 교육 계획을 적어야 할 것이다. 학과 교수들과의 공동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학과 교수들도 다 사람이니까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을 뽑고 싶어 한다. 이외에도 학과 교수들은 지원자가 학생들을 잘 가르칠 것인지, 자기 연구만 하고 학과 업무는 등한시할 사람인지, 다양한 고민을 한다.
서류 평가가 끝나면, 학과 면접을 하게 된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영어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한국어로 주어진 내용에 대해 강의를 하기도 한다. 당신이 훌륭한 기관에서 연구를 해서 우수한 논문 실적을 갖췄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또한 과제 책임자로 연구한 경험이 있다면 당연히 이야기해야 한다. 과제 책임자로 연구를 수행해 논문을 쓸 수 있다면 임용 이후에도 연구를 잘 수행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좀 더 솔직한 이야기가 오고 갈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우리 학교에 왜 지원했는가?” 또는 “우리 학교에 오면 연구를 잘 못할 텐데 괜챃은가?”와 같은 질문을 들을 수도 있다. 돈이 많이 드는 장비를 써야 한다면 관련된 질문을 받을 수 있으니 대답을 잘 준비해야 할 것이다. 더 솔직한 질문들, 이를테면 다른 학교에 지원했는지 묻는 경우도 있다는 것 같다.
학과 면접을 통과하면 총장 인터뷰를 하게 된다. 총장 면접이라고 하면 총장 1대 1 면접인 줄 아는 사람도 있는데, 아니다. 대체로 5명 이상의 사람들이 참석한다. 다음 질문들에 나름의 대답을 준비해 보자.
자기소개를 해보라.
왜 우리 학교에 지원했는가?
해외 연구 경험이 있는가?
교육 경험 있는가?
지원자의 교육관을 말해보라.
연구비를 어떻게 수주할 것인가?
돈을 따본 경험 있는가?
학위 논문이 어떤 내용인가?
학생들의 강의 참여를 높이는 방법이 있는가?
어떻게 연구를 진행할 생각인가?
필자가 임용 시장에서 많이 어려웠을 때 다음 이야기를 들었었다. 임용은 주차장에서 주차하는 것과 같다. 당신의 실력이 부족해서 떨어졌을 수도 있지만, 단지 운이 나빴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