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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박 Nov 23. 2024

결정은 목욕탕 타일이다

좌표계를 이해하면 결정 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

학창 시절에 좌표계를 배운 경험이 있을 것이다. 2차원에서 임의의 점을 x와 y 두 숫자로 표현할 수 있고, 줄여서 (x, y)라고 쓴다. 3차원이라면 z라는 실수를 추가로 도입하여 한 점을 (x, y, z)로 표현할 수 있다.


만약 여기서 x와 y가 정수인 점들에만 점을 찍는다면 어떻게 될까? 2차원에서는 점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무한히 반복될 것이다. 점들이 무한히 반복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x축으로 정수만큼, 예를 들어 1만큼 움직이더라도 주변에 보이는 것은 완전히 동일하다. 각 축마다 임의의 정수만큼, 예를 들어 (a, b)만큼 움직이더라도 우리가 보는 그림은 동일할 것이다. 이렇게 무한히 반복되는 점들의 집합, 여기서는 점들의 집합을 고체물리에서는 격자(lattice)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은 이 격자라는 개념을 이용해서 고체 물질들의 구조, 즉 원자 구조를 나타낸다.


앞서 격자에서는 점들이 무한히 반복된다고 했지만, 격자를 잘 쳐다보면 (0,0), (1,0), (0,1), 그리고 (1,1)로 둘러싸인 공간 역시 무한히 반복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네모난 공간을 단위 세포(unit cell)이라고 부른다. 비유하자면 이 네모난 공간은 목욕탕 타일이고, 점들은 타일의 꼭짓점이 되는 것이다. 3차원이라면 정육면체가 무한히 반복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앞서 x, y, z 축이 모두 서로 수직인 경우를 살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2차원에서 예를 들어 정사각형 타일이 아니라 마름모 타일이 반복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각 축마다 점들의 간격이 동일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정사각형이 아니라 직사각형 타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격자 개념으로 모든 고체 원자들의 위치를 잘 나타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목욕탕 타일만 해도 문양이 있을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목욕탕 타일에 점이 두 개 있다면, 격자만으로는 목욕탕 타일의 생김새를 모두 설명할 수 없다. 이런 경우 우리는 타일에서 각 점들의 위치를 다른 개념을 도입해서 나타내야 하는데, 이를 기저(basis)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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