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만 무성한 것 같았던 중국판 스타링크 계획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출처에 따라 정확한 숫자는 차이가 있지만 최소 1만 개, 많게는 2만 6천 개의 위성을 군집 배치해 실시간 글로벌 커버리지를 확보하는 게 목표다.
지난 10여 년, 중국은 지구뿐 아니라 우주에서도 초강대국이란 명칭이 어울리는 나라로 성장했다. 중국 공산당은 공공연하게 2030년까지 미국에 필적하는 우주국이 되겠다며 의지를 보이고 있다.
스페이스X의 경이로운 기록에 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작년 중국은 총 67회의 발사에 성공해 자기 기록을 또 한 번 경신했다. 총 116회를 기록한 미국에 이은 압도적 2위다.
세계가 중국의 ‘스타링크’ 극복 계획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도 작년부터다. 지난 7월, 67개의 로켓 중 하나에 시범위성들이 실려 궤도에 올랐다. 이걸 시작으로 우선 600개가 넘는 위성을 내년 말까지 쏘겠다는 게 중국의 계획.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가 위성통신의 잠재력에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곳곳에서 지정학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불확실성의 시대’, 더 이상 위성통신은 Fancy 한 장난감이 아니라 그 나라의 국방력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자산이다. 미국이 친 촘촘한 봉쇄망 안에 갇혀있는 중국이 위성통신에 집착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만일 중국이 위성통신 개발에 성공하면 그 여파는 엄청날 것이다. 군사적으로는 육, 해, 공에서 미국에 포위당한 전략적 불리함을 우주를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더 큰 파괴력이 예상되는 건 경제적 효과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등 중국이 혼신을 쏟고 있는 미래 혁신사업들의 본격적인 개화를 촉진할 것이기 때문.
여기서 잠시 현 상황을 우리 시선이 아닌 중국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GPS를 비롯해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우주인프라와 데이터는 대부분 미국 기반이다. 미국이 깔아놓은 인프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현 상황은 중국 입장에서 대단히 큰 불안요소다. 이미 미국은 ‘틱톡’과 ‘화웨이’, 그리고 최근 반도체 규제를 통해 중국의 기세를 꺾기 위해 필요하면 언제든 19세기 마인드셋으로 돌변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초강대국이 되겠다는 야심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인 것.
하지만, 중국이 관련된 사업의 대부분이 그렇듯, 구체적인 How to는 아직 공개된 바가 없다. 이만한 규모의 사업은 아무리 중국이라고 해도 결코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타링크 같은 저궤도 군집 통신위성의 평균 수명은 대략 5년 정도다. 이 정도 규모의 인프라를 유지하려면 1년에 수천 대의 위성을 쏴야 한다. 위성, 발사체, 발사장, 기지국을 대폭 증설해야 가능한 규모다. 수천수만 대 위성을 정교하게 컨트롤해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것도 결코 쉬운 기술이 아니다.
어찌어찌 이러한 생산과 기술적 한계를 극복했다고 치자. 또 다른 문제, 어쩌면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가 남아있다. 바로 돈이다.
중국이 구축할 통신 인프라는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선 사용이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그리고 일부 제3세계에서 부분적으로 사용될 수 있겠지만 상업성을 기대할 수 있는 선진국 시장에 진입하긴 어려울 것이다. 전 세계에 적극적인 상용화를 추진 중인 스타링크와는 상황이 완전 다르다. 이래선 만들고 유지하는데 들어갈 천문학적 거금을 회수하는 게 불가능하다.
개인적으론 만 대든 2만 6천대든 다 ‘선언적인 숫자’ 일뿐, 실체가 없다고 본다. 중국이 글로벌 커버리지를 확보하는 데엔 1, 2천 대의 위성이면 충분하다. 비록 스타링크와 6G 시대의 리더를 놓고 다툴 순 없지만 자국 안보를 위해선 이걸로도 충분하다. 그 이상의 투자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산적한 중국의 현 상황을 감안하면 ‘값비싼 허장성세’처럼 보인다
유일한 변수라면 중국이 재사용발사체를 개발하는 것. 중국의 발사 용량과 비용이 개선되면 위성 계획도 보다 현실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결론: 지금은 도저히 중국의 계획이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중국이 독자 우주정거장을 만든다고 했을 때도 이를 믿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일단은 지켜볼 때. 2025년까지 정말 600개의 위성을 쏠지, 개발 중인 재사용발사체들의 시험발사가 성공할지를 보면 중국판 스타링크가 허장성세로 끝날지 아니면 정말 세상을 바꾸게 될지 알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