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다 ; 출근 詩, poem

출근길 시 한 편, 출근

by 심 취하다

마음을 비우고 비우다

욕심을 버리고 비우다

미련을 떠밀고 비우다

시련을 지우고 비우다

시기를 떨치고 비우다


비워도 비워도 끝이없어

비워낸 공간에 채워본다


시작하는 설렘을

쉬어가는 여유를

다가가는 용기를

미소짓는 온기를

경청하는 배려를


비움의 끝은 텅빈이 아닌

채움의 시작 일지도 몰라


비우다

채우다

비우다

채우다


미련을 비우고 설렘을 채우다

미움을 비우고 용서를 채우다

욕심을 비우고 여유를 채우다


일꾼은 채워야 한다. 담당 업무 지식을, 고객과의 관계를, 내부 인맥을 차곡히 쌓는다. 일꾼으로 살아남기 위해 실적을 채운다. 그렇게 일꾼은 쌓고 채우는 것에 익숙해진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중년의 일꾼이 된다. 퇴직을 앞둔 장수 일꾼 선배들이 이제는 비우라고 한다. 비워본 적이 없는데 비우라고 한다.

후배들이 대우해 줄 거라는 마음을 비우라고 한다.
회사에서 인정받으려는 마음을 비우라고 한다.
너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한다.
회사에 대한 기대를 버리라고 한다.

비워도 비워도 남아있는 이 서운함은 어쩌란 말이냐? 비워도 비워도 떠나지 않는 미련은 어쩌란 말이냐? 비워지지 않는다면 새롭게 채워볼까? 서운함이, 미련이 다시 들어오지 못하도록 새로이 시작하는 설렘을, 쉬어가는 여유를, 글을 쓰는 행복을, 경청하는 배려를 채운다.

새로움으로 채워본다. 출근길 시원한 아침 바람을 채운다. 출근 길, 출근 詩
이전 27화환기 ; 출근 詩, po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