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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 출근 詩, poem 4

출근길 시 한 편, 출근 시

by 심 취하다
어쩌다 한 번쯤
센스 있게 어때?


어쩌다 지각

못 본 척


어쩌다 잘함

바로 칭찬하기


어쩌다 오타

살짝 고쳐주기


어쩌다 아파

따뜻하게 배려


어쩌다 회식

메뉴선택 양보


어쩌다 실수

업무 도와주기


어쩌다 라떼

뜬금없이 한턱


배려가 계속되면 권리가 된다.

일꾼에게 첫 후임은 특별하다. 나만의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싶다. 사수 선배로부터 당한 불합리한 일을 후배는 겪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을 하기도 한다. 정성을 들이고 관심을 듬뿍 주지만 첫 부사수에게 큰 상처를 입고는 한다. 사수의 배려가 후임에게 권리가 되어 고마워하지 않는다. 사수는 상처받아 그와 점점 멀어진다. 달라진 사수의 태도에 부사수는 당연한 권리인 듯 투정을 부린다. 그렇게 점점 더 멀어진다.

그다음 후임에게는 특별히 잘해 주지 않는다. 때론 엄하게 질책을 하기도 하고 가끔 별일 아닌데 짜증을 내기도 한다. 그러다 미안한 마음에 어쩌다 한 번 술 한 잔, 커피 한 잔 사준다. 그 후배는 어쩌다 한 번의 배려와 관심에 기뻐하며 사수와 함께하는 시간을 감사히 여긴다. 두 번째 부사수와 미지근하면서도 따뜻한 관계를 잘 유지해 나간다.

어쩌다 한 번 상사가 없는 무두절이 반갑다. 어쩌다 늦어버린 출근 길. 회사 동료들이 모른 척 해주길. 기대반, 두려움반. 출근 길. 출근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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