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빨리' 하고 '퀵하게' 하고 차이가 뭐야? '빨리'는 시간을 재촉하는 듯한 느낌이다. 퀵하게는 뭔가 있어 보인다.
'당신은 전문가이니 신속히 할 수 있지'라는 믿음이 느껴진다. 중요한 것만 쏙쏙 골라내야 할 거 같은 느낌.
퀵하게. 누구냐 넌?
직장사전_퀵하게
1. 전문가니깐 재빨리 할 수 있지? 2. 주요 내용만 쏘옥, 필요한 내용만 쏘옥 3. 알잘딱깔센 '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센스있게'
영어사전_Quick
1. (속도상으로 걸리는 시간이 짧아서) (재)빠른 2. (동작활동 등이) (재)빠른
꼰대 일꾼은 사업확대 전략 수립을 위한 프로젝트를 컨설팅 회사와 함께 6개월 수행하게 되었다. 착수 한 달뒤 프로젝트 중간보고를 실시한다. 컨설팅사 PM이 사업확대 배경, 전략 수립 방향을 발표한다.
스타 일꾼이 말한다. "국내 시장에 한정되어 있는데, 시장 성장성을 고려하여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해 조사된 자료도 있을까요?" 꼰대 일꾼은 당황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 시장을 타깃으로 컨설팅을 의뢰한 것인데, 뜬금없이 동남아 시장이라니. 컨설팅 PM을 흘깃 쳐다본다. 그는 동요 없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답변한다.
"동남아 지역에 대해서는 퀵하게 검토하여 차주에 보고 드리겠습니다."
평상시에 차주에 보고한다고 답변하면, 스타 일꾼은 그런 것도 준비가 안 되었냐며 타박하곤 했다. 빨리 보고 드리겠다고 하면, 빨리가 언제냐고 재촉하고는 했다. '퀵하게' 라는 단어는 뭔가 있어 보이는지 스타 일꾼은 '알겠다'며 다음 내용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퀵하게 검토를 한다고?' 꼰대 일꾼은 '퀵하게'를 마음속으로 여러 번 중얼 걸린다.
'빨리' 라고 말하면 시간에 쫓기며 대충하는 듯한 느낌이 묻어난다. '퀵하게' 는 왠지 '알잘딱깔센' 이 떠오른다. 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센스있게! 주요 포인트만 쏙쏙, 신속하게 쓱쓱. 컨설팅 이후 꼰대 일꾼은 '퀵하게'에 매료되어 언제, 어디서나 '퀵하게'를 주문한다.
신입 일꾼에게 말한다.
"퀵하게 커피 한 잔 할까?" 열정 일꾼에게 말한다.
"퀵하게 주간업무보고 보내줘" 숙련 일꾼에게 말한다.
"중점과제 퀵하게 잘 되고 있지?" 장수 일꾼에게 말한다.
"공장 시찰 퀵하게 같이 갔다 오시죠?" 스타 일꾼에게 말한다.
"퀵하게 보고서 수정하겠습니다"
이제는 '빨리빨리' 보다 '퀵하게' 가 더 싫다!
언제부턴가 많이 들린다. 컨설턴트로부터 이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너무 참신했다. 뭔가 있어 보였다. 전문가의 감성이 느껴졌다. 신속하게 하면서도 핵심만 쏘~옥 뽑아서 진행하겠다는 느낌. 대형 컨설팅 회사의 PM 이었기에 더 그렇게 여겨진 듯하다. 퀵하게 알아봤다며 제시한 자료는 센스있게 알맹이로 채워져 있었다.
'아! 퀵하게는 신속하게 하면서도 핵심을 잘 집어내는 것이구나.'
그 후, 실무를 하며 '퀵하게'를 남발하고 있다. 사실은 '빨리빨리' 를 의미하지만, 우아한 척, 컨설턴트인 듯 '퀵하게' 를 외친다.
'퀵하게' 보다 '빨리'가 더 좋아요!
'빨리'는 왠지 빨리만 해도 될 거 같아. 네가 빨리하라고 해서 신속히 한 거야. 부실한 건 네가 양해하렴.
'퀵하게' 는 신속하면서 품질도 좋아야 할 거 같아 싫어요!
일꾼에게 '퀵하게' 는 어려운 숙제네요.
퀵하게 잘 읽으셨나요^^
우리 너무 서두르지 말아요.
'빨리' '퀵하게' 속력도 중요하지만 함께 가는 여유,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지혜도 함께하는 일꾼을 응원합니다.
일꾼의 분류 ★
스타 일꾼 : 직장인의 꽃은 임원? 장수 일꾼 : 정년까지 꽉 채우는 실속파 꼰대 일꾼 : 네가 뭘 안다고, 지시형 숙련 일꾼 : 합리적 판단과 경험. 추진형 열정 일꾼 : 인정받고 싶다. 성공추구형 얌체 일꾼 : 나만 아니면 돼. 배짱이형 신입 일꾼 : MZ라 규정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