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내가 30대의 나에게
같은 상법을 공부하더라도 세무사 1차 선택 과목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판례 100개 정도, 회계사 1차 과목을 위해서는 150개 정도, 법무사를 위해서는 200개 정도, 그리고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문과적 감성으로는 무한대, 이과적 감성으로는 countably many 만큼을 준비하여야 한다.
비슷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여도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시간이 지난 뒤의 모습은 천차만별일 수 있다. 우리 아들들에게는 목표를 높게 잡으라고 이야기 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말이 나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는 시기이다.
각자에게 사는데 필요한 필수 요소들이 다른 것 같은데, 나의 경우에는 안정성과 대체 불가능성 이었던 듯하다. 어쩌면 이런 성향 때문에 비전을 나의 목표화하고 그것을 위해서 열심히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결과 현재 안정성은 뭐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대체 불가능성도 희박한 것 같다. 그러면 나에게 남은 것은 뭔가 하는 생각이 자주 떠오른다.
마치 그 목표를 이뤄야 된다는 생각이 부채로 이어져서 자본이 점점 줄다 못해 자본 잠식 상태가 된 듯하다. 이 상태를 이겨내고 흑자를 내서 자본 자체를 늘리던지 아니면 전환사채를 전환할 수 있어야 할텐데 내가 둘 중에 하나라도 할 수 있는 상황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하루 하루 열심히 살아야 시간이 지났을 때 결과라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사는 중
1. 아들의 아빠로서의 목표
가끔 첫째와 잠을 같이 잘 때가 있다. 원래 목적은 재워주고 나오는 건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어느덧 깨어보면 아침인 경우다. 요즘들어 그런 경우가 이틀에 한 번 꼴로 발생하는 것을 보면 좀 피곤하긴 한가보다.
잠에 들기 전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아들 녀석이 아빠는 요즘 왜 힘들어해? 라고 그러더라. 내가 가끔 차에서 아빠 요즘 이것저것 연구하느라 조금 힘드네 라고 했더니 그걸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그래서 교육을 통한 부의 세습이라는 주제로 연구를 하려고 준비 중에 있는데, 그게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고 했다.
어제는 집에서 aggregation 부분을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코딩하고 있는데, 아들 녀석이 잠자기 전에 인사한다고 왔다. 이게 무슨 코딩이야 뭐 이런 시답잖은 자기 만의 관심 표현을 하다가 갑자기 그런 말을 했다.
"아빠 우리 집은 부자야?"
왜 이런 질문을 했을까 하고 머리를 굴려보니 내가 예전에 그런 이야기를 해 줬던 것 같다. 부모가 부자면 자식들이 공부를 잘할 확률이 높다는 말을..
"너가 학원 가거나 공부하는데 필요한 걸 살 때 돈을 고민한 적 있어?"
"없는 것 같아."
"그러면 우리 부자야."
뭐랄까. 아들에게만은 부자이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을 것 같고, 괜히 나는 공부를 잘할 가능성이 낮은 사람이구나 라는 마음을 심어주고 싶지도 않았던 것 같고. 그게 부모로서의 목표가 되어가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고등학생 들을 면접하다 보면 가끔 아버지를 존경한다는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이 그렇게 느끼기까지 그 아이들의 아버지는 어떤 삶을 사셨을까... 부의 세습도 있지만, 부모라는 역할이 그 범위가 참 넓다..
2. 나로서의 목표
꿈을 크게 가져라 라는 말을 하기에는 이제 나이를 많이 먹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여전히 나는 계획이라기 보다는 꿈이라는 말이 어울릴 법한 일들을 하고 싶어하며 살아가고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허무맹랑한 생각이 들 정도로 원대한 것도 있고, 난 안되는 데 너라면 할 수 있을거야 라는 말을 해주는 사람이 있을 정도의, 굳이 난이도로 표현하자면 일반사람이 이루기에는 어려운 목표도 있고(위로의 말인 거 안다. 그래서 고맙다.)
사실 나는 ISTJ, 가끔 ESTJ 가 나오는 극 T 성향의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허무맹랑한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을 결코 선호하지 않는다. 그리고 오르지 못할 나무를 쳐다보지 않는 성향의 사람으로서 지적 호기심을 바탕으로 잘 모르는 것에 대한 시작은 빠르지만, 그만큼 포기도 빠른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몇 십년 째 이런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불가능한 목표를 이루려고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계획들을 여러 방면에서 세워보는 건 전적으로 그 분의 영향이다.
어쨌든 나는 어려운 목표를 이번에 새롭게 시작하기로 했다. 어떤 형태로 그 목표가 이루어 지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질렀다. 늦어도 몇 년 이런 건 없는데, 빠르면 6개월 안에는 징검다리의 첫번째 돌 하나는 놓아볼 생각이다.
p.s. 다음학기부터 강단에 다시 선다. 한국에서는 2011년이 마지막이었으니 13년만이다.. 세대차이가 난다면 날 수 있는 나이인데, 한 번 또 해보지 뭐...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