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내가 30대의 나에게
아이를 가진 유학생 가정의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결코 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풍족하게 살 수 없으니 말이다. 우리 집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다행히 양가 부모님이 아직 경제생활을 하고 계셔서 부모님의 도움으로 적어도 빚은 지지 않고 살 수 있는 것 같다.
아내가 임신했을 때도 병원에 다니느라 부수적인 돈이 들긴 했지만, 아이가 태어나니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것 같다. 솔직히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많은 용품들이 필요한지 전혀 짐작도 못했다. 하지만, 많은 선배님들의 조언과 인터넷 검색으로 하나둘씩 갖춰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젖병부터 시작해서 아기 침대에 이르기까지 어느새 내 방은 점점 창고로 변해가고, 서랍장 2개는 아이의 옷가지와 장난감들로 가득차 있다. 이제 태어난지 열흘 정도의 아이에게는 차고 넘칠 정도로 풍족한 양인 것 같기는 하다.
이렇게 많은 것들을 오직 우리 아이만을 위해서 준비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아들은 2시간마다 꼬박꼬박 일어나서 배고프다고 운다. 오직 자기만을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것들을 준비하고 있는데도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 조금만 늦게 젖병을 물려도 울기 시작한다. 말 그대로 우유를 먹기 적합하게 데우는 시간만 필요한데도 말이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께서도 나를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것들을 준비하고 계시고, 그것들이 오로지 부족함이 없도록 나에게 제공하시기 위해 준비하고 계신 것인데, 나는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지금 내가 부족한 점이 조금 느껴진다고 해서 하나님께 짜증내고 땡깡을 부렸던 것은 아닐까? 내가 필요해서 달라고 하면 즉각적으로 주실 텐데, 그 우유 데우는 시간 정도를 못참고 있었던 건 아닐까 라고 말이다.
하나님께 참 감사하다. 그리고 우리 아들에게도 참 감사하다. 나를 아빠로 만들어 주어서 하나님과의 관계가 좀 더 돈독해 지게 만들어 주니 말이다.^^
시험에 또 떨어졌다.
사실 준비를 많이 못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마음에 들게 준비를 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언제 어디서 시험을 보는지 미리 확인하기도 했고,
시험범위를 미리 체크했고, 책도 미리 사서 어느 정도는 공부했다.
이게 어떻게 보면 직장인으로서 시험에 준비하는 한계라고 자기합리화를 했다.
물론, 내 스스로에게는 이런 말을 하고 있다.
"너가 할 수 있는 데도 더 노력하지 않았잖아. 너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지도 않았잖아."
다른 분야에는 어떻게 보면 내가 노력한 것만큼 얻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 시작한 회계 세무 분야에서는 내가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이게 내 길이 아닌가 생각하고 다른 길로 바꿔야 하는데, 이게 시험도 떨어지니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학교를 다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위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이런 상황에서 내가 이렇게 계속 시도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여겨졌다.
그런데, 패이스 북에 내가 예전에 올린 글이 떴다.
과거의 나에게 위로를 받았다.
11년전의 내가 지금보다 더 성숙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내가 가지지 못한 조그마한 것에 속상해 하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많은 것들을 허락해 주셨는데, 나는 그걸 마음에 안 들어하고 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이 무엇일지 기대하는 것이 실망을 가중시키는 일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있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주어진 일을 충실하게 하는 것. 마치 요셉이 어디에서든 충성되게 일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