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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섭 Apr 05. 2024

진맥(診脈)에 대해서

한의학에서 맥진의 의미(浮, 沈, 遲, 數  위주로)

한의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의 하나가  환자의 팔목에 손가락으로 진맥을 하는 것이 연상될 것입니다.

어찌 보면  미지의 영역 같기도 하고  과학적 의미가 있는 건지, 궁금한 상들이 있을 듯합니다.


간혹  진찰받으러 오셔서  아무 말 없이  팔을 쓱 내 놓으시며  맥을 봐 주라는  요구를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요.  그만큼  옛부터  일반인들에게 한의원에서  맥을 보는  것을  당연한 수단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럼 과연 맥을 보는 것이 어떤 과학적 이유가 숨어 있는 것인지 함 살펴보겠습니다.


진맥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혈관의  상태를 손가락으로 촉지하여 혈관의 탄성, 맥박수, 감지 깊이, 탄력 정도로 인체의 건강 상태를 직, 간접적으로  파악하는   한의학 고유의 진단 방법 중 하나입니다.


세간에서  코피를 `열 터진다`라고 하였는 바   아이들이 열이 많거나 많이 피곤하게 놀고 나면  코피를  흘리는 경우가  많은데  피를 열과 동일시하여  피를 흘리고 나면  열이 내리거나 병이 진정되기도 하였습니다.


직접 혈액을 분석할 수는 없었지만  혈류의 변화를 손가락으로  인지하여  질병과의 상관 관계를 도출한 것입니다.

혈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심장의 박동과  거기에 따르는 부수적 조건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28종의 맥으로 분류하지만  근간이 되는 것은 부(浮) 침(沈) 지(遲) 삭(數)의 네 가지 맥을 바탕으로 합니다.


부맥은  `물 위에 뜨는 맥`이란 의미로  살짝 손을 대더라도 인지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부맥은 주로 감기나  감염질환에서  흔히 발생합니다.


역으로  감기 같은 증상(한방에서는 외부로부터 침범을 당하는 감기나 감염질환을 외감(外感) 또는 사기(邪氣)라 합니다)에서는 왜 부맥을 만드는지 살펴보면  그 인과성을 확인할 수 있겠지요?


감기에 걸리면  한기를 느끼게 됩니다.  감기 바이러스는  인체에 기생을 하므로  인체의 체온에 특화되어 있어  정상체온과 다른 온도에서는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까닭에  인체는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오로지 열을 발생시키고  열을 소모하는 것을 극도로 회피하는 동작을 합니다.


감기에 느끼는 오한 증상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환자 본인은 불덩어리처럼 뜨거운데 되려  춥다고 이불을 덮거나  난방을 하는 등 평소와 다른 행위를 하게 되면서 한기를 싫어하게 되는 것입니다.


인체에서의 반응은  온몸을  뜨겁게 데우기 위해서는  혈관을 팽창시켜 혈류를  늘려야 합니다.

즉 혈관을 팽대시켜 전신에 뜨거운 피를 많이 공급하려고 합니다.


이런 결과로 혈관은  팽대하여 맥박이 표피에서도 감지될 정도가 되니 이런 이유로 부맥이라 하고  감기 등의 외감 증상으로 진단하였던 것입니다.


침맥은 부맥과는 반대로 맥이 깊이 감추어져 있어 꼭 눌러야 인지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손발로 가는 혈류량이 적고 압력을 올릴 이유가  없을 때는 혈관이 수축하여  표피에서 깊이 안주한 상태가 되므로  손가락을 깊숙이 넣어야  촉지가 되는 맥을 말합니다.


몸이 냉하거나  무기력할 때  잘 나타나는  맥상입니다.


지맥은  천천히 뛰는 맥을 말하는데  심장이  혈류를  빨리 보낼 이유가 없을 때입니다.


가령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혈액 순환이 잘 되므로  혈관의 저항이 별로 없어  신체 조직에  혈액 공급이 원만한 편이므로  천천히 공급해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운동을 하는 경우에는 누구나  산소의 요구량이 늘어나므로 심박수가 증가하게 됩니다.

드물게 심장 자체의 페이스메이커에  문제가 생겨  병적으로 지맥을 띠는 경우도 있습니다.


삭맥 또는 빈맥(頻脈)이라 하여 심장이 정상보다 빨리 뛰는 것을  말하는데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병이 생기면  화를  방출하기 위해 심장이 빨리 뛰어야 합니다.  마치  손에 뜨거운 감자를 들고 있는  있으면  손을 빨리 토스하는 것과 같습니다.


갑상선  기능항진증 같은 화병 범주에 속하는  질병에서도 자주 관측됩니다.


또한 잠을 제대로 못 자거나 늦게 자면  속에 열이 축적되기 시작하여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빨리 뛰어 열을 사지로 뿜어내고 싶어 하니 당연히 삭맥을 만듭니다.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처한 경우인데   자칫 심한 빈맥으로  심장병으로 오인하게 되며  때론  심장에 인공 페이스 메이크를 심장에 이식하기도 합니다.


또한 나이가 들어가고  운동이 부족 해지면  혈관이 좁아지거나 경화함으로써  혈액 순환에 문제가 오게 되고

대상작용으로  심장의 박출량과 빈도를  올려 보상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고령자들이 혈압과 맥박 수가 높아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비교적 자연적인 현상이므로  인위적으로 혈압약을 복용하는 것보다  운동을 통해서 혈류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 근본적  개선책이 됩니다.


부, 침, 지, 삭, 네 가지의 맥을 바탕으로  각기 유력한지 무력한 지 또는 침하면서 삭한지, 침하면서 지한 지등에 따라  기(氣)가 허(虛) 한지,  혈(血)이 허한지 아니면 실증인지 허증 인지 등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부정맥은 맥박이 일정하게 뛰지 않는  경우를 말하는데  주로 화병이 있는 경우  잘 발생합니다.

비유컨대 심장이 규칙적으로 빨리 뛸 이유가 없는 것이 정상인데  마치 선착순처럼 심장을 재촉하여 빨리 뛰게 하면  페이스 메이커의 혼란으로 맥박이 불규칙하게  뛰게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맥으로만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얼굴을 살피고  묻고 본인의 불편함을 들으면서  맥진을 참고로 하는 것입니다.


진맥에는 이처럼  경험적으로 누적된 지식들이  환자를 진찰하는데 많은 합리적 근거를 지니고 있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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