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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유념하다

250225 프리라이팅

제시어 : 문 앞에서

by 유념

나는 자주 사후세계를 상상하곤 했다. 아프지 않고, 고통받지 않고, 슬프지 않고, 보고 싶었던 사람을 다시 만난다든가 하는 그런 세상 말이다. 이렇게 나열해놓고 보니 현실과는 반대되는 세상인 건가 싶기도 하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뭐가 그렇게 복잡하고 힘들었는지. 당시의 나는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어떻게든 다 지나갈 일인데도 말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지르고 보는 무던함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담담함도 마음 한편에 두고 살아볼 걸 그랬다. 후회하느냐고? 그건 아닐 것이다. 분명 돌아가도 똑같겠지 싶기도 하고. 그냥 돌아가지 못하니 하는 푸념이다.


“이제 들어갈 때도 되지 않았어?”


옆에서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던 네가 물었다.


“무슨 생각이 아직까지도 많아?”


그렇다. 나는 여기까지 와서도 생각이 많아지는 거 보니 역시 돌아가도 똑같을 것이라는 추측은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그러게. 나도 참 웃기지.”

“뭐.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니까.”

“지금까지 어떤 사람들을 만나왔는데?”

“너처럼 생각이 많은 사람. 그저 울고만 있는 사람. 욕심이 많은 사람. 따뜻한 사람. 모두가 달라. 100명의 사람을 만났다면 100가지 유형의 사람을 만났다고 볼 수 있지.”

“그들은 다 어떻게 됐어?”

“각자의 자리에서 잘 살고 있지 않을까?”

“나도 그럴 수 있을까?”

“그럼. 당연하지.”


확신을 주는 말투에 미소를 지어 보이며 문고리를 살포시 잡았다.


“이제 문을 열 용기가 생긴 거야?”

“아니. 아쉽게도 나는 여전히 겁이 많은 사람인 것 같아. 그냥 네 대답을 들으니 정말 그렇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것 또한 용기지.”

“그럼 그렇다고 믿어볼게.”

“아쉬웠던 건 털어내고 새롭게 다시 시작해 봐. 모든지 새로운 건 흥미롭잖아.”

“응.”


이 문 뒤에 어떤 세상이 있을지는 들어가 본 사람만 알겠지. 하지만 확실한 건 나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 정의를 믿고 한 발짝 나아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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