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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ji Jun 30. 2023

벌써 졸업이라닛.

파티 같은 졸업식이라니. 부럽다.

 어제 우리 큰 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캐나다는 9월에 새 학년이 시작되다 보니 보통 6월 말에 졸업식이 있다. 오전에 학교에 가서 3시간 동안 리허설을 하고 오후 5시에 졸업식이 시작된다고 그때 다시 학교로 가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졸업 시 후 간단한 리셉션이 있고 이후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장소를 옮겨 저녁을 먹고 PROM 댄스파티를 하러 간다.



 복장은 자유지만 보통 여자 아이들은 드레스를 입고 남자아이들은 슈트를 갖춰 입는다. 슈트가 없는 아들을 위해 슈트를 한벌 사서 입히고 왁스로 머리도 넘겨 멋지게 준비시킨 후 졸업식에 참여했다. 화려한 타이에 행거치프까지 하고 온 남자아이들부터 반짝이는 드레스에 속눈썹까지 붙이고 연예인처럼 화장까지 한 여학생들까지 정말 너무 예쁘고 한편으로는 귀여운 아이들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여자 아이들은 드레스를 겹치지 않게 입는 게 보이지 않는 룰이라고 네다섯 달 전부터 드레스샵에 가서 드레스를 맞추기도 한다니 졸업식은 이곳에서 진짜 기대하는 날이며 큰 행사이기도 한 것 같다.

 

나는 정성스레 꽃도 직접 포장하여 갔건만 꽃을 사 온 사람은 우리밖에 없어 부랴부랴 차에 도로 넣어뒀다. 정말 다른 문화. 축하는 꽃 아님??!!

밖에서 단체 사진을 찍은 후 강당에 가서 졸업식이 진행되었다. 역시나 소박하고 심플한 무대와 분위기이다. 한국에서 한번 해본 졸업식 때는 커다란 화면에 아이들 사진도 나오고 번쩍번쩍 조명에 훌륭한 음향까지 정말 시상식을 방불케 했었는데 역시나 실용적인 캐나다는 이런 것도 소박하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아쉬운 마음과 진심으로 축하해 주시는 마음은 정말 크게 느껴졌다.


한국과 다른 점은 각 과목별로 우수한 학생을 한 명씩 뽑아 상을 주는 것이었는데 잘하는 것이 다 다른 아이들의 모습을 존중해 주는 것 같아서 참 좋았다. 캐나다에 온 첫 번째 해라서 나는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하고 영어로 수업을 잘 듣고 친구들을 잘 사귄 것만으로도 이번 졸업의 의미가 정말 컸는데 생각지도 않게 ART부분에서 우수 학생으로 뽑여 수상을 하게 되어 정말 진심으로 기뻤다. 아들이 이곳 아이들 틈바구니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을지 느껴졌고 그 마음이 더 고맙고 애틋해지는 순간이었다.

학업 시상이 끝나고 한 명 한 명 호명받아 졸업장을 받고 아이들의 학교 생활과 어릴 때 사진을 슬라이스쇼로 보았다. 아이가 졸업하기 참 아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내 마음이 울컥해졌다.

졸업식이 끝나고 복도에서 간단한 다과를 먹으며 리셉션이 진행되었는데, 이때 부모들끼리 축하고 하고 친구들과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사진도 찍었다. 친구들과 있는 모습을 볼 기회가 잘 없었는데 이렇게 마지막이 되어서야 보게 되었다. 선생님, 학부모, 학생들이 한데 어울려 복작거리고 있자니 진짜 파티 분위기여서 새로운 경험에 너무 즐거웠다.


저녁 7시가 되어서야 PROM 이 진행되는 골프장으로 아이를 내려주고 밤 10시 반이 되어서야 아이를 데리러 갔다. 아들은 너무 재미있었다며 엄마가 궁금해했을 것 같다며 찍어온 사진을 보여주는데 춤도 추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온 것 같다. 하루 종일 축하를 하고 축하를 받고 하니 아이들은 진심으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으리라.. 그리고 댄스파티라니.. 너무 외국스럽지 않은가.. 사실 캐나다에 살면서도 외국 같다는 느낌을 잘 받지를 못했는데 이날은 진짜 아이들이 외국에서 공부하고 있구나 느껴져서 새로운 기분이었다. 그리고 아들이 즐거웠다니 그거면 여기에 온 이유가 충분하다고 한번 더 느꼈다.




이제 두 달의 방학을 지내고 나면 큰 아이는 벌써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아들은 초등학교가 정말 좋았다며 더 다니고 싶다고 얘기하지만 늘 헤어짐은 아쉽고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니 잘 지나가리라 생각한다.

이제 졸업식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는 그날을 다시 한번 기대해 봐야겠다.

그런데 두 달의 방학이 너무 길다..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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