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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는파랑새 Feb 06. 2023

독립조사가 시작되었다.

사회적 참사특별법의 제정과 사참위 구성

가습기살균제참사 대책 활동의 끝은 어디일까? 


국회 국정조사와 청문회, 피해구제 특별법 제정, 그리고 대통령 면담. '이제 큰 해결의 가닥이 다 잡힌 것이 아닐까. 이제 개인적으로는 활동을 마무리할 시간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상황이 이어졌다. 아직 발을 뺄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다. 


‘사회적 참사특별법’ 제정 이슈가 등장했다. 이 이슈는 그동안 4.16 세월호참사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준비되어 왔다.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이 미흡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추가 진상규명에 대한 요구가 세월호참사 유가족들로부터 제기되어 왔다.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월호참사에 대한 조사활동이 있었지만, 정치적 이유 등으로 파행되었다. 유가족들과 시민사회는 당시 박근혜 정부가 진상규명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세월호참사 진상조사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이어졌고, 이 이슈는 종종 ‘정치적 프레임’에 갇히곤 했다. 세월호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이 미흡해지면서 진실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요구가 다시 불거졌다. 독립성이 보장된 조사 기구를 만들어서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졌다. 이전 정부의 진상조사 방해와 이로 인한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의 반발과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독립적인 조사기구 설치에 대한 요구가 여론의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2016년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로 가습기살균제참사가 사회적 현안으로 떠올랐다. 가습기살균제참사와 세월호참사를 연계해서 진상조사를 하는 방안이 국회 입법 과정에서 검토되었다. '사회적 참사특별법' 제정에 적극적으로 나선 국회의원은 세월호참사 대변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 온 박주민 의원이었다. 해당 법안은 ‘패스트트랙 법안’, 즉 법안이 발의된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소관 상임위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하도록 규정한  ‘신속처리 법안’으로 제출되어 2017년 11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여야가 강하게 격돌하는 법안으로써 법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법안 통과를 위해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국회 본관 앞에서 본회의 심사 전날 밤부터 천막 밤샘 농성을 시작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와 가족들도 형편껏 국회 본관 앞 농성에 동참하여 힘을 보탰다. 밤샘 농성을 한 참석자들은 다음 날 오전 본회의장으로 출석하는 여야 의원들에게 법안 통과를 호소했다.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박주민 의원은 동분서주했다. 본회의가 열리기 전날 의원실에서 밤을 새워가며 최종 법률안을 보완하고 조율하였다. 박주민 의원은 법안을 발의할 당시에 세월호참사와 가습기살균제참사를 사회적 참사특별법을 통해 함께 다루고자 한다며 사전 설명과 협조를 구한 바 있었다. 국회 본관 앞에서 밤샘 농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법안 통과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의원실에서 밤샘을 해가며 최선을 다하는 박주민 의원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친 사회적 참사특별법은 2017년 12월 12일 시행되었다. 이 법은 독립적인 조사기구인 ‘사회적 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를 구성하여, 두 참사에 대해 진상규명과 피해자지원,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규정하였다. 


이 법에 따라 사참위의 위원활동이 2018년 3월 22일부터 시작되었다. 위원들은 총 9명으로 구성되었다. 국회가 추천(국회의장 1명, 여당 4명, 야당 4명)하고 대통령이 임명했다. 2018년 7월 24일 사참위법 시행령이 제정되었고 사무처와 조사관 등 직원이 채용되었다.      


사참위는 2018년 12월 11일 조사 개시를 의결했다. 조사개시는 직권조사 과제를 정하고 해당 조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사개시 당시 사참위 조사기간은 1년이었다. 사참위는 2019년 4월에 조사기간을 1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2019년 12월 22일 사회적 참사특별법을 개정하여 2022년 6월 10일까지 추가 연장했다. 따라서 사참위 조사기간은 2018년 12월 11일부터 2022년 6월 10일까지였다.     


사참위 조사기간 연장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는 사안이었다. 나는 당초 2년 정도 조사기간이 운영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세월호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 등이 제기되면서 법 개정이 추진되었다. 


조사기간 재연장에는 여러 진통이 따랐다. 그중 가장 큰 변화가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국’ 폐지였다. 사참위는 두 참사의 진상규명(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국과 세월호 진상규명국), 재발방지(안전사회국), 피해자지원(피해지원국)을 다뤘다. 국회는 사회적 참사특별법을 개정하면서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은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국회의 판단에 대해 사참위는 반발했다. 진상규명이 담보되지 않으면 재발방지나 피해지원에도 힘이 실리지 않을 수 있다. 사참위 내부, 특히 가습기살균제 부문의 뼈아픈 패배였다. 법 개정에 따라 사참위는 조사기간 재연장과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국 폐지에 따른 조직 정비와 인력 충원 등 절차를 거친 후 남은 조사 활동을 진행했고, 2022년 6월 10일 활동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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