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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주 Jan 29. 2023

엉뚱한 엄마의 엄마표 공부-아빠표 야구

아빠표 야구 VS 엄마표 야구

엉뚱한 엄마의 엄마표 공부

남편은 키 180cm, 운동을 잘한다. 그의 몸은 어느 누가 봐도 운동 잘하게 보인다. 어떤 운동을 해도 태가 난다. 남편의 남동생은 축구선수였다. 시아버지는 젊었을 적 운동을 즐기셨다. 


내 키 157cm, 운동을 못한다. 나의 몸은 어느 누가 봐도 백미터 기록 22초로 보인다. 정말 22초다. 내 친정식구들은 한 눈에 봐도 운동에 재능이 없어 보인다.    

  

나는 남편의 건장한 몸을 부러워했고, 운동을 잘하는 그를 좋아했다. 아들을 배에 품고 있을 때, 아들은 남편을 닮아 분명 운동을 잘 할 것이다 믿었다. 아들을 운동선수로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아들은 크면 클수록 날 닮은 모습을 보였다. 공을 굴리거나 공을 던지는데 재능이 없었다. 축구를 하면 헛발질을 하고, 공을 던지면 공은 멀리 가지 못하고 아들 앞에 힘없이 떨어졌다. 그리고 아빠가 던진 공을 마주하지 못하고 무서워하며 피하기만 했다. 공을 피하는 아들은 분명 나였다.      





한창 프로야구로 떠들썩할 때, 갑자기 아들이 야구선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뜬금없는 말로 들렸다.      


“아들! 야구를 하려면 야구를 배우는 학교로 전학 가야해~ 갈 거야?”


“아빠가 가르쳐주면 되잖아? 아빠한테 배울 거야!”


“야구선수 하겠다며? 아빠한테 배워서는 부족해서 안 돼”


“싫어. 아빠한테 배울 거야!”     


남편과 아들은 캡모자를 쓰고 야구 배트와 글러브, 말랑한 공을 들고 집 앞 농구장으로 갔다. 한 시간 뒤, 집에 온 그들은 땡볕에서 구르고 왔음을 드러내며 헉헉댔다. 


남편이 나에게 속삭였다.      


“재능이 없다. 하지만 천천히 해보자.”     


아들은 주말에만 아빠와 야구를 하는 것에 불만을 가득 표했다. 평일에도 하고 싶은데, 왜 안 되냐고 떼를 썼다. 평일에는 아빠가 바빠 안 된다 하니,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내 머리 옆 귀여운 전구는 반짝반짝.


“아들! 나랑 하자! 엄마표 공부도 하는데 엄마표 야구도 해보자!”     


남편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진짜 할 수 있겠어?”


“공만 던져주고 받아주고 하면 되는 것 아니야? 나도 자기랑 연애할 때 볼 던지고, 글러브로 공 잡는 것 자주 했었잖아.”     





아들 하교시간에 맞춰, 야구공과 글러브를 챙겨 학교 운동장으로 갔다. 저 멀리 아들이 웃으며 뛰어왔다. 에코백에서 야구공을 꺼내 아들 손에 쥐어주고, 나도 비장하게 글러브를 꼈다.


“네가 던져. 내가 받을게. 우선 던지는 것부터 해보자.”


“오케.”     


아들이 던진다. 공이 내 쪽으로 오지 않고 아들 뒤로 넘어간다.      


“아들! 도대체 어떻게 던지길래 뒤로 넘어가냐! 다시 던져봐.”     


아들 던진다.

이번에는 내 옆으로 공이 날아간다.     


“아들!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여서 던져야해. 팔만 대충 휘두르면 안 돼!”


아들  또 던진다.

이번에도 내 옆으로 공이 날아간다.     


아들에게 글러브를 줬다.


“아들! 안 되겠다. 네가 공을 받아. 내가 던질게. 자~ 던진다"


던졌다. 아들이 공을 피해 뒤로 물러선다. 

또 공을 던졌다. 이번에는 얼굴을 찡그리며 글로브로 공을 쳐버린다. 공이 무서우니 공을 잡지 않고 공을 쳐버린 것이다. 


“아들!! 공을 잡아야지! 살살 던질게!”


이번에도 공을 피한다.


“아들!!!!!!”


결국 성이 난 아들이 성이 난 나에게 말했다. 


“엄마, 나 안할래, 집에 가자.”     


그냥 공을 던지고 주고받으면 되는 것 아니었나? 엄마표 야구여서 어려운 것인가? 아들이 날 닮아서 어려운 것인가?      





그날 저녁, 남편에게 선언했다. 


“자기야, 나 엄마표 야구 포기. 자기가 알아서 가르치소~.”     


주말마다, 남편과 아들은 뜨거운 해를 받으며 야구를 했다. 야구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온 아들 얼굴은 붉어져 있고 머리카락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지만, 눈동자는 눈부시게 빛이 나고 있었다.     


여름, 가을이 지나는 동안 아들과 남편은 주말마다 야구를 했고, 쌀쌀한 가을바람이 부는 어느 주말 아침, 남편이 보여 주겠다고 했다. 


“뭘 보여줘?”


“아들 야구하는 것 봐봐.”


아들은 뿌듯한 미소를 지으면 공을 던졌다. 공은 강하고 빠르게 남편의 글러브 안으로 들어갔다. 

던지는 아들의 팔은 강한 채찍질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남편이 아들에게 글러브를 던졌다. 아들이 받을 차례다. 

남편이 공을 던졌다. 아들 글러브 속으로 공이 들어가며 팍! 하는 강한 소리가 났다. 아들은 공을 피하지 않았고, 덤덤한 표정으로 익숙한 듯이 글로브 안으로 공을 받아들였다.     



난 박수를 쳤다. 남편에게...     


당신의 인내심에 경의를 표한다. 멋지다!!!!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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