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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Feb 28. 2024

좋은 사람들과 일하는 행복 1

캐나다 직장인의 소소한 일상

캐나다 이민 와서 지난 15년간 나는 쭉 한 대학교에서 일을 하고 있다. 지난 7월, 지금 일하는 Faculty로 지원해서 옮기게 되었다. 좋은 사람들과 일하는 행복을 나는 날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느끼며 감사한다.


내가 함께 일하는 Dean은 남자지만 요리와 베이킹을 좋아한다. 항상 본인이 준비한 도시락을 도시락 가방에 넣어 달랑달랑 들고 출근한다. 대학에서 우리 Faculty는 가장 규모가 크다. 350명의 교수들, 그리고 7개의 departments로 이루어진 거대 조직이다. 그래서 사건 사고가 많다. 웬만한 이슈는 department선에서 해결되지만, 거기에서 해결되지 못한 크고 민감한 또 긴급하고 뜨거운 이슈들이 우리 오피스로 올라온다. 


지난주에 열 이빠이 받은 레이오프 된 티칭스텝 G가 이메일을 통해 Dean과의 면담 요청을 했지만, 나는 답변을 미루고 있었다. Department Chair를 통해 일단 어떤 스토리가 있었는지 정보를 받았다. 지난주 점심때 짐에서 뛰고 땀 삐질거리며 사무실에 들어서는데 그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에게도 Dean에게도 답변이 없자 직접 찾아온 것이다. Dean이 휴가를 다녀온 첫 출근날, G와 Dean의 30분 미팅을 잡아 줬다.


오늘 그가 왔다. 약속시간보다 한참 일찍 왔다. 나는 그와의 마주침을 피해 쪽문을 통해 내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런 소심한 내 마음을 아는지 약속 시간보다 10분 빨리 Dean이 사무실 입구로 걸어 나가더니 그를 에스코트해서 그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G의 큰 소리가 몇 번 들려오긴 했지만 미팅 후 둘 다 웃으며 나왔다. How was the meeting? Dean의 답변은 G의 처지는 안 됐지만 나는 Department Chair 편에서 얘기했다며 웃는다.  


내가 처음 옮겨와 3개월 수습기간 동안 직속상사 J와 맞지 않아 매우 힘들었었다. 내색 안 하다가 Dean에게 처음으로 얘기를 꺼낸 그날, Dean은 내 상사를 J에서 지금의 M으로 바로 바꿔 버렸다. J입장에서는 유쾌하지 않았을 일이지만, Dean은 나의 어려움을 바로 꿰뚫어 보았고 액션을 취해줬다. 입사 3개월 차인 나를 인정해 줬고, 나를 잃기 싫다는 그의 메시지를 바로 행동으로 보여 주었다.       

Dean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바나나 브레드를 직접 만들어왔다. 

 

나의 새로운 상사 M은 시시때때로 나에게 묻는다. Is there anything I can help you with? 나는 M이 미치게 바쁜 사람인 걸 안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만날 때마다 이 질문을 하고, 내가 무언가를 요청하면 100% 바로 행동으로 도와준다. 오늘도 누군가에게 껄끄러운 이메일을 보내야 하는 건이 있었는데, M이 나를 대신해 보내겠다고 했다. 내 부족한 영어를 듣고 보며 많이 답답할 텐데, 나에게 한 번도 내 영어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쓴 draft의 리뷰/수정을 요청할 때면, 고칠게 거의 없다고 얘기하며, 아주 조심스럽게 수정을 해 준다. 이곳의 영어 네이티브들에겐 필요하지 않은 영어 grammar check app, 내 업무를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1년 subscription을 요청하자, 본인 크레딧 카드를 바로 꺼내준다. 오늘도 1층 스타벅스에 내려가며 내 사무실에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커피 사다 줄까 묻는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업무들로 나와 꽁꽁 묶인 동료 D. 그는 우리 대학교에서 석사까지 마친 아주 똑똑한 젊은 친구다. 아들보다 4-5살 더 많은 정말 아들뻘의 새파란 젊은이다. 우리 사무실에는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도 많이 있지만, 아주 잡다한 주인 없는 업무 요청도 많이 들어온다. 급하고 중요한 업무들로도 하루 8시간이 부족한 나, 일일이 대꾸하지 않는다. 그러면 요청한 사람들도 내가 바쁜 걸 알기 때문에 푸시하지 않고 기다린다. D는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그런 업무들을 달려 들어서 하나씩 처리한다. 그리고 나에게 보고해 주고 내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도와 달라고 요청한다. 내 주요 업무 중 하나는 Dean이름으로 나가는 letter나 email을 써야 하는데 writing은 나의 제일 약한 부분이다. D에게 그 업무를 앞으로 맡아 달라하니, 내가  쓰면 3-4시간이 걸릴 문서들이 D의 손에서는 5분이면 완벽한 문장으로 완성된다. 그리고 나에게 리뷰를 요청한다. 쉬는 시간마다 D와 나는 함께 걸으며 온갖 얘기를 서로 나눈다. 하이킹, 러닝, Gym, D의 엄마아빠, 내 남편과 아들, 열 이빠이 받은 동료들, Arcteryx잠바.... 이야기의 주제는 끝이 없다. D가 우리 사무실에 들어오기 위해 면접을 볼 때 4명의 후보가 있었는데, D는 나의 least favourite candidate였다는 말을 이제는 웃으며 한다. D를 선택한 내 현재 상사 M의 안목에 너무 감사하다. 


눈이 엄청나게 쏟아지는 아침, Dean 사무실에서 Dean 그리고 M과 D랑 함께 서서 창밖 눈 내리는 풍경을 지켜보았다. 나는 아직 new immigrant여서 그런지 눈 오는 걸 보면 너무 예뻐라고 했더니, Dean도 M도 D도 모두들 눈이 오는 걸 보면 자기들도 너무 예쁘단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나의 직장생활,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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