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비아 Apr 22. 2024

한국 갈 준비 끝~

캐나다 이민 15년 차, 그간 한국에 여러 번 다녀왔지만 남편과 함께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살에 이곳온 아들이 이젠 스무살 되어 돌돌이를 돌보며 혼자 집에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아들이 돌아오는 금요일에 기말고사 마지막 과목을 치르고 밀린 잠을 자고 나면, 우리는 토요일 새벽에 비행기를 타고 밴쿠버를 경유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할 계획이다.


집에 가만히 있길 좋아하는 남편 vs. 돌아다니며 놀길 좋아하는 나

돈을 쓸 때 열 번은 생각하는 남편 vs. 돈 쓰기 좋아하는 나

서로 성향이 많이 달라 남편과 함께 여행을 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돈 들여 또 시간 들여 가는 고국 여행길에 투닥거릴 것이 뻔히 예상됐다. 지난가을, 에어캐나다에서 2장 4장 6장, 짝수로 발권하면 가격을 디스카운트해 주는 프로모션이 있었다. 그리고 남편이 함께 한국에 가보기를 원해 두장을 발권했지만 내심 걱정이 됐다. 삼주 내리 같이 시간을 보내자는 남편을 설득했다. 같이, 따로, 또 같이, 또 따로, 그리고 인천공항에서 만나기로 세부 일정을 조율했다. 훨씬 숨통이 트였다. 이 정도의 붙어 있음은 내가 감내할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여행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최근 2년간 아빠는 심장 수술을 두 번 받으셨고, 엄마는 심장 수술을 한번 받으셨다. 코로나를 지나며 또 큰 수술을 받으신 부모님이 몸과 마음이 많이 약해지셨다. 그렇게 퍼주고도 또 퍼주고 싶으신지, 친정엄마는 "oo야, 니가 돈복이 있다. 너 오기 바로 전에 엄마가 적금을 탄다. 너 오면 엄마가 돈 많이 줄게" 하신다. 부모님 또 시부모님께 맛있는 것 많이 사드리고 정말 좋은 시간들을 보내고 와야겠다. 또 우리가 한국에 있는 동안 어버이날이 있어 남편은 경상도 시댁에서, 나는 전라도 친정에서 각자 부모님과 시간을 갖기로 계획했다.


코스코에 자주 들락거리며 영양제며 선물들을 사고, 또 온라인 쇼핑한 물건들이 하루를 멀다 하고 집으로 배달되고 있다. 23kg 하나만 들고 갈 수 있어 무게를 계산해서 선물들을 넣고 빼기를 여러 번이다. 어제는 한국에 신고 갈 남편과 나의 운동화를 깨끗하게 빨아 햇볕에 말렸다. 한국 마트에서 유심칩을 구매해 개통신청도 마쳤으니, 입국심사 후 내 짐을 찾을 때면 내가 한국에서 사용할 010 번호도 개통이 될 것이다.


이번주는 업무를 마무리하며 내 백업을 해줄 동료에게 인수인계를 해야 한다. 두 사람이 하기에도 버거운 업무를 혼자서 3주+1일 동안 해야 하는 L, 내가 없는 동안 수고해 달라며 이번주에 맛있는 점심을 사주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혹시 모를 비상사태를 위해 L에게 카카오톡을 설치하게 하고 나와 비상연락망을 개통했다.


이젠 준비가 다 된 듯하다.

가즈아 한국~

가즈아 남편~


난 이제 이곳을 떠날 준비가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봄 봄 봄 봄 봄이 왔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