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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Jun 08. 2024

맛있었던 것들을 손꼽아 볼까요

한국 같이 갈래? 4

한국에 다녀온 지 채 3주가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시간들은 아주 먼 옛날처럼 느껴진다. 

캐나다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출근해서 회사생활, 집안일, 그동안 잠시 접어두었던 취미생활들로 인해 정신없이 3주가 지나갔다. 하지만 한국에 있을 때 미처 하지 못한 것, 미처 먹지 못한 것, 미처 사 오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하나도 없다. 

 

나는 한국을 갈 때면 큰 종이 한 장에 일정이며 중요한 연락처/정보들을 적어두고 틈틈이 살펴본다. 그 큰 종이 안에는 To do, To eat, To buy 리스트도 포함되어 있다. 이 모든 리스트를 모두 완료하고 돌아왔기에 어떤 아쉬움이나 후회는 남지 않는다. 


이번에 한국 여행에서 나에게 감동을 주었던 음식과 식당들을 여기에 적어본다. 


1. 서울 광장시장 자매집 육회비빔밥

자매집이라는 식당은 광장시장에만 3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먹었던 음식 중 원탑을 꼽으라면 바로 이것이다. 

깔끔한 맛의 육회 비빔밥과 소고기 뭇국, 함께 시켰던 따끈 바삭 녹두전까지 완벽했다.  


2. 삼천포 정서방 

유명해서 웨이팅이 많은 곳이라고 들어 점심을 먹기 위해 11시 반에 도착했다. 벌써 식당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는 숯불불고기+생선구이 (인당 2만원)을 주문했다. 반건조 생선을 1차로 굽고 숯불에 2차로 구워 나오는 생선구이의 맛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숯불불고기, 양념게장, 미역국, 반찬 하나하나가 정말 빠지는 게 없는 근사한 한상의 행복이었다. 시도해 보고 싶은 메뉴가 많았는데 다음에 한국에 가면 여러 번 이곳을 방문해서 모든 메뉴를 섭렵하고 싶다. 한 시간 줄을 서서라도 먹을만한 곳이다.  

시댁이 삼천포라는 것이 너무 감사했다. 정서방, 너 정말 좋았다. 남편 김서방은 분발하라!


3. 담양 유진정 오리 전골

오리전골에 미나리를 넣어 미나리가 숨이 죽으면 건져서 저 초장과 들깨를 섞은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그리고 국물이 남으면 밥을 넣어 볶아먹는다. 그리고 여기에 마지막 신의 한 수, 쑥가루를 넣는다. 안 먹어 보신 분들은 말을 하지 마세요~ 

친정이 광주, 그것도 담양과 가까운 동광주라는 것은 너무 감사할 일이다. 유진정, 다음에 한국 가면 바로 너에게로 간다~ 


너무 많은 맛집들 중 딱 세 개만 고르는 건 너무 힘들다. 하지만 요 세 식당은 대한민국에 사시는 브런치 작가님들이 꼭 한 번씩은 가 보셔야 하는 곳들이라고... 이 연사 힘차게 외칩니다. 


이번에 가서보니 커피 전문점이 한국에 엄청 많이 생긴걸 보고 놀랐다. 그중 아주 인상적인 카페가 있었다. 

요즘 핫한 성수동, 나도 한번 가봐야 했다. 

친구가 미리 예약한 디올 카페... 뭔 카페를 예약을 해야만 갈 수 있다냐? 뭔 커피가 2만 원 (정서방 생선구이 한상과 같은 가격)이다냐? 의아해했던 나의 생각을 단박에 바꿨다. 2만 원 주고 또 예약해서 올만하네~  


보기 좋은 게 맛도 좋다. 15명 정도 앉을 작은 공간, 디올 매장 한편에 유럽풍 정원 느낌의... 볼일을 보지 않더라고 카페 화장실도 꼭 가봐야 한다.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고, 분위기도 쥑이는 식당과 카페 속에 내 마음이 가장 편안하고 행복했던 음식은 한강에서 기계로 끓인 오징어 짬뽕 라면이었다. 친언니보다 나랑 이목구비가 더 똑같이 생긴 사촌언니는 보라매역 근처에 사신다. 밤 9시 반, 차를 타고 산책 겸 밤늦게 한강에 갔다. 가서 보니 서울시내 젊은이들이 다 한강에 나와서 놀고 있는 것 같았다. 편의점에서 라면을 사서 기계에 올린다. 젊은 무리들 속에 기계도 잘 작동시키지 못하는 중년 아줌마 둘. 옆에서 라면 끓기를 기다리는 예쁘장한 중국 아가씨가 버튼을 눌러준다. 그리고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두 아줌마는 라면을 순식간에 흡입했다. 

 

사진 속의 나의 환한 미소~  



다음 한국 여행 뒷얘기는 어떤 걸로 쓸까? 머릿속에 스토리들이 실타래처럼 엉켜있다. 하나씩 글로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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