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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Jun 08. 2024

좋은 사람들과 일하는 행복 3

캐나다 직장인의 소소한 일상

한국 방문을 마치고 캐나다로 다시 돌아온 나에게 시차적응은 사치다. 

밤 8시에 집에 도착해 다음날 하루 휴식 후, 바로 출근이다. 


오랜만에 팀홀튼 커피를 한잔 사서 후룩거리며 엘리베이터에 탔다. 5층을 눌러야 할지 6층을 눌러야 할지 헷갈려 순간 망설였다. 정신 챙기자 속으로 외치며 오피스에 들어섰다. 나보다 먼저 출근한 L이 흰 이빨을 어금니까지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다. 하와유? 하우워즈유어트립? 내 자리에 앉기도 전에 수다는 이미 사무실 복도에서 시작되었다. 가방은 두고 나와 수다를 계속해야 할 것 같아 토크유레이러로 잠시 마무리하고 내 사무실에 들어서니 책상 위에 뭔가 놓여 있다. 

 

"Welcome back Sylvia!"

지난 3주 동안 내 업무를 대신 처리하느라 고생한 동료 L이었다. 급한 일 있으면 연락하라며 깔아주고 간 카카오톡을 통해 내가 올 날만 카운팅 하며 나를 기다린 L. 팩소주, 포켓소주, 마스크 시트, 젤리, 자일리톨 껌, 양말, 사탕, 과자들을 담은 봉지를 건네주니 다시 한번 어금니까지 보이며 환하게 웃는다. 

  

L의 카톡메시지다. 3주 동안 나의 빈자리를 너무나 훌륭히 커버해 주었다. 


내 슈퍼바이저 D는 출근하자마자 가방도 내려놓지 않고 내방으로 왔다. D의 어금니도 나를 향해 웃어주었다. 웰켐 실비아, 유월소우머치미쓰드!


지난 2주간 아파서 골골했다던 나의 빅 보스도 출근하자마자 가방도 내려놓지 않고 내 앞에서 어금니를 보인다. 


어두운방에 오랜만에 켜진 불빛으로 내가 돌아온걸 안 동료들의 방문과 수다가 이어지면서, 휴가 후 첫날 오전은 그냥 지나가버렸다. 정신을 챙겨 이메일을 확인하며 오후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내 업무를 대신했던 L 그리고 M과 미팅을 했다. L과 M은 내가 돌아와서 해야 할 업무를 하나도 남겨놓지 않고 그들 선에서 최선으로 모든 것들을 처리해 놓았다. 더 감동적인 것은 내가 출근한 첫날에도 여전히 내 업무를 대신하며, 긴 여행 후 정신없는 나를 배려했다. 


나, 좋은 사람들과 일하는 거, 너무 확실하다.   


좋은 사람들과 일하는 행복 2

좋은 사람들과 일하는 행복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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