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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Nov 12. 2024

록키하이커들 Pisac을 날다

Sacred Valley #3 - Pisac

이번 페루 여행 동반자 인숙이와 나는 산을 통해 인연을 맺었다. 

3년 전, 사촌동생의 소개로 하이킹 친구를 찾고 있던 인숙이를 만나게 됐다. 그 뒤로 우리는 동네 산책, 캠핑, 또 록키 하이킹을 함께 했다. 인숙이를 밴쿠버로 떠나보내기 전, 2박 3일 함께 한 Waterfowl에서의 캠핑 그리고 당일치기 24킬로의 Aylmer Lookout 하이킹은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 있다.  

스토리 바로 가기 - 틱 주의 왕복 24km | Aylmer Lookout


2년 전, Jasper에 있는 Morrow Peak 하이킹 중 잠시 휴식 중. 이때만 해도 서로의 버킷리스트가 마추픽추인 줄은 전혀 몰랐다. 

Pisac Ruins은 Sacred Valley의 유명한 어트렉션 중 하나다. 1400년대에 이곳을 점령한 잉카 황제 Pachacuti는 쿠스코에서 30킬로 정도 떨어진 이곳 산 능선에 왕실의 휴양지이자 피난처, 종교의식을 행할 제단, 또 전망대의 기능을 할 수 있는 대규모 단지를 건설했다. 이곳은 다른 Ruins과는 스케일이 다르다. 현재 Pisac도시 전체를 내려볼 수 있는 산에 위치한 엄청난 규모의 Ruins,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꼭 가야 하는 Should-Go 어트렉션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Ruins의 입구는 산 아래에 하나, 산 위쪽에 하나가 있다. 99%의 관광객은 산 위로 차를 타고 올라가 전망대에서  Ruins을 내려다보는 투어를 한다. 하지만 택시 운전수 Aaron은 우리를 산 아래쪽 입구에 내려줬고 한 시간 반 후에 다시 그곳에서 만나자고 했다. Pisac에서도 몇 곳을 다녀야 하는 우리의 원래 계획을 염두에 둔 Aaron은 여자 둘이서 산을 조금 오르며 구경을 하다 내려오면 다음 코스로 이동할 계획이었던 것 같다. 무지(무식?)했던 우리는 Pisac Ruins을 오르다 매표소 옆의 지도를 보고, 입구가 하나 더 있음을 알게 되었지만 그게 산 꼭대기에 있는 입구인 줄은 전혀 알지 못했다. 가파르기가 록키의 힘든 코스만큼 어려웠다. 무지(무식?)한 우리 둘은 이렇게 힘든 코스를 어떻게 일반 관광객들이 방문해서 구경할 수 있을까 의아해하며, 물 만난 고기처럼 하이킹을 즐겼다. 우리는 산을 날아다녔다. 이곳은 Pisac 도시 전경을 계속 보면서 올라가고, 산 곳곳에 있는 Ruins과 Terrace를 맘껏 누빌 수 있기에, 록키하이커인 우리에겐 너무 신비하고 독특한 경험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곳은 일반 관광객들이 오를 수 있는 어트랙션이 아니었다. 한 시간 반만에 이곳을 본다는 건 택도 없어 Aaron에서 두 시간을 추가로 더 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사실 우리가 세 시간 반동안 이곳을 누비면서 마주친 관광객은 딱 4명, 모두 20대로 보이는 젊은이들이었다. 그리고 산위쪽에 다다랐을 때 거기에 엄청난 인파들이 몰려 있는 것을 보았다. 많은 관광객이 산 위 뷰포인트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구경하고, Sacred Valley의 다른 어트렉션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억울했냐고? 

전혀 아니었다. 

우리는 튼튼한 두 다리로 Pisac Ruins 구석구석을 날아다니며 모든 순간을 즐겼다. 비록 땀을 엄청나게 흘리긴 했지만 록키 하이커인 우리에게는 서프라이즈 선물과도 같았던 멋진 하이킹이었다. 


무식했기에 - 그냥 올랐고
록키에서 단련된 두 다리가 있기에 - 누비고 다녔고
함께였기에 - 가능했다.


택시 운전수 Aaron은 무사히 씩씩하게 돌아오는 누님 두 명을 보고 놀라는 눈치였다. 많이 가파른 곳임을 알고 있었던 터라 우리들이 만신창이가 되어서 돌아올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Aaron에게 우리의 정체 (Rocky Squirrels)를 밝히고, Pisac에서의 다른 일정 (Market, Museum 등등)은 필요 없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Ulubamba를 지나며 아침에 봐둔 시골장에 내려달라고 했다. Ulubamba는 Sacred Valley 지역의 가장 큰 도시로 매주 수요일에 장이 열린다고 Aaron이 설명해 주었다. 이곳에는 각 동네별로 구역이 있었고 (e.g. Ollantaytambo, Aguas Calientes, etc), 그 동네에서 온 주민들은 정해진 구획에 가져온 물건들을 펼치고 팔았다. 과일, 채소, 감자, 치즈, 육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건들을 정말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현지인 시장이었다. 이것 또한 기대하지 않았던 구경거리였다. 


그리고 호텔 도착해 씻고 쉬며 내일부터 3일간 머물 마추픽추 마을 Aguas Calientes 숙소를 예약했다. 이렇게 무계획 14박 15일의 페루 여행 중 하루가 멋지게 채워졌다.     

 

튼튼한 두 다리로 Pisac Ruins 구석구석을 누볐다.

   

산속에 위치한 잉카시대 집터와 건축물들, 저 아래에는 현재 Pisac 도시가 보인다. 


매표소 입구에 설치된 지도에 두 개의 입구가 표시되어 있다. 


얼굴과 몸은 땀범벅이지만 이보다 행복할 순 없었다. 


Ulubamba 7일장. 이천 원에 맛난 한 끼. 페루엔 Toilet seats가 없는 화장실이 많다. 쿠스코 공항 화장실조차도. 다리 튼튼할 때 여행 가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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