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lantaytambo에서 만난 택시 운전수 소피아다. 소피아는 얼마 전에 은행 융자를 끼고 도요타 새 차를 사서 택시 운전을 시작한 10살 딸을 키우는 싱글맘이다. 페루에서 여성 택시 운전수를 본 것은 소피아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바로 전날 운전수를 찾는 호텔 손님의 부탁을 받고, 호텔직원이 급히 연결해 준 운전수가 바로 소피아였다.
소피아는 영어를 전혀 할 줄 몰랐고 Google translate도 사용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최선 그 이상으로 마음을 다해 우리의 하루를 추억으로 채워주었다. 사실 우리는 택시 운전수에게 운전 그 이상은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피아는 투어가이드가 되어 주었고, 또 우리의 사진사가 되어 주었고, 험한 길을 무사히 운전해 주었으며, 마음을 나누어 주었다. 우리가 이날 방문할 곳은 Sacread Valley에 있는 Chinchero - Salineras - Moray 세 곳이었지만 소피아가 차를 멈추고 우리를 구경시켜 준 곳은 10곳이 넘었다.
Ollantaytambo에서 Urubamba 쪽으로 이동하는 중 소피아가 길가에 차를 세웠다. 절벽에 아찔하게 붙어있는 Skylodge 캡슐 호텔을 구경하란다. 페루 여행 다큐멘터리를 보면 이곳이 자주 등장한다. 몸에 로프를 매달고 아찔한 절벽을 올라 하룻밤 머물고, 내려올 땐 집라인을 타는 걸 봤던 기억이 난다. 하룻밤 숙박비 (집라인 포함)가 1800-1900 솔이니 70만 원 정도인 이색적인 숙박시설이다.
Skylodge 캡슐 호텔
소피아는 리스트에도 없었던 알파카 농장에 우리를 데려다주었다. 알파카 털을 잘라, 세척하고, 염색하고, 실을 만드는 과정을 예쁜 아가씨들이 친절하게 보여줬다. 또 아가씨들은 우리에게 판초를 입혀주고 귀여운 알파카들과 기념사진도 찍어 주었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즐거운 경험이었다.
알파카 털의 세척과 염색은 천연 재료만을 사용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귀여운 알파카, 그리고 예쁜 아가씨들과 남긴 이 기념사진이 나는 너무 좋다.
그리고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인 Chinchero ruins에 도착했다. Chinchero는 Sacred Valley에 위치한 마을로 쾌적한 기후와 경작에 이상적인 비옥한 토양으로 인해 잉카인들이 선호했던 곳이었다. 1400년대 잉카제국의 왕이었던 Tupac Inca Yupanqui은 이곳에 궁전, 신전, 테라스 (계단식 농경지), 휴양지를 건설했는데 그 잔해가 남아 있는 곳이 바로 우리가 방문한 유적지였다.
Chinchero를 예쁘게 담은 사진이 없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훨씬 아름다운 사진들이 많다.
Chinchero에서 할머니에게 사온 라마 두 마리. 캐나다 이곳까지 눈 두 개 안 떨어지고 잘 왔다.
두 번째 우리가 향한 곳은 해발고도 3200미터의 산에 위치한 염전, Salineras de Maras였다. 꼭 산에 눈이 내린 것처럼 보이지만 그곳은 4500개 정도의 구획으로 나누어진 거대한 소금 광산이었다. 잉카시대 이전부터 채굴이 이루어졌으며 현재는 400여개의 가구들이 이 구획들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세 번째 유적지는 원형 계단식 농경지 Moray를 방문했다. 해발고도 3500미터에 위치한 잉카인의 농경작 실험실이기도 했던 이곳은 가장 낮은 곳과 가장 높은 곳의 경작지가 바람과 태양의 차이로 최대 5°C의 온도차가 난단다. 그리고 계단식 논에서 다양한 종류의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다양한 지역에서 토양을 가져왔다고도 한다.
이 이외에도 중간중간 뷰포인트들, 기념품 센터들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추억으로 남겨주기 위해 소피아는 최선 그 이상을 다했다. 그리고 우리를 호텔까지 바래다주었고 우리는 내일 다시 만나자며 인사했다. 기침감기가걸려 리마에서부터 약을 먹기 시작했지만 별 효과를 못 보는 인숙이에게, 소피아는 효과 좋은 기침감기약을 추천해 줬다. 그 약을 먹기 시작하자 인숙이의 기침은 신기하게 잡히기 시작했다.
저녁을 먹고 들어가니 호텔 직원이 오늘 여행 어땠냐고 물으며 내일은 다른 운전수가 우릴 데리고 다닐 거라고 통보하듯 말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에 우리는 당황했다. 우린 소피아가 좋으니 소피아로 바꿔 달라고 부탁했지만 호텔 직원은 매우 곤란해했다. 소피아는 호텔과 계약된 택시 운전수가 아니라서 내일은 호텔과 계약된 운전수와 가야 하고, 이미 그 운전수와 얘기를 마쳤다고 했다. 물러설수 없는 우리도소피아로 바꿔달라고 더 강력하게 얘기했다. 그랬더니 눈물을 그렁거리며 자기 입장이 아주 곤란해진다며 소피아에게는 자기가 다시 전화를 하겠다고... 어쩐지 소피아와 헤어질 때 소피아가 호텔 직원에게 자기에 대해 평가를 잘해 달라는 부탁을 했었다.
그 다음날 다른 택시 운전수 아론과 함께 우리는 Sacred Valley 두 번째 투어를 다녀왔다. 그리고 저녁에 소피아 언니가 운영하는 식당에 잠시 들렸다. 소피아에게 미처 주지 못했던 팁과 또 내가 캐나다에서 들고 온 독도 손수건, 그리고 핸드크림을 소피아에게 전달해 달라고 맡기고 왔다. 그다음 날 소피아는우리가 보낸 조그만 선물들을 들고 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다시 얼굴을 보진 못했지만, 택시 운전수 소피아가 내 마음엔 아직도 깊이 남아 있다.
뷰포인트들마다 차를 세워 구경시켜 주고 사진 찍어주고, 소피아 전화번호 필요하신 분은 저에게 메시지를 남겨 주세요.
사람 간에 소통하기 위해선 언어가 가장 중요하지만, 우리는 이날 하루 서로의 깊은 마음을 나누었고 언어는 필요하지 않았다.
다음 스토리는 빠릿빠릿 눈치 200단, 젊은 청년 택시 운전수 아론과 함께 한 Sacred Valley 여행기 2탄으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