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나와 인숙이의 일상은 매우 분주했다. 그리고 의도적으로도 여행일정을 미리 계획하지 않았다. 페루에서 어디를 갈지, 어느 곳에 얼마나 머물지, 무엇을 먹을지, 어디에서 잠을 잘지 계획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숙이도 나도 우리의 2주 여행에 대해선 어떤 걱정도 없었다.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마치고 들어가 비행기를 기다리며 우리의 열공은 시작되었다. 리마 to-do-list 유튜브 영상들과 아들이 사준 페루 여행책자가 우리가 의지했던 정보였다.
리마에서 보냈던 3일 동안 우리의 일정은 아래와 같았다.
첫째 날 (밤비행기 타고 가서 아침에 도착해 정신력으로 하루를 버틴 날) - Miraflores
Love's Park --> Kennedy Park (Cat Park) --> Inca Market --> Fundacion Museo Amano
둘째 날 - 구도심 walking tour
Plaza San Martin --> Glen Hotel Bolivar --> Iglesia de la Merced --> Plaza de Armas --> Monasterio de San Francisco (25,000명 정도의 시체가 교회지하에 보관되어 있다. 30 솔을 주고 들어가면 교회 지하를 구석구석 누비며 해골을 원 없이 볼 수 있다. 죽어서 좋은 곳에 갈 수 있다는 종교적인 믿음으로 이곳에 묻혔고 이곳에 묻히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 El Barrio Chino (리마에도 차이나 타운이 있었다. 유투버들이 가지 말라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우리는 이미 차이나 타운에 들어와 있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리마 현지인 구경을 원 없이 하고 리마 사람들은 우리를 구경했다.)
셋째 날 - Barranco
이곳은 벽화마을로 유명하고 예술적인 감각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일요일 이곳에 방문했는데 리마 초중고생들의 year-end book (졸업사진) 촬영을 위해 리마에 사는 학생들과 학부형이 모두 이곳에 모였다.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리마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3일 모두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였다.
첫째 날 - 피곤한 몸을 이끌고 여행책자에서 should-go로 추천한 Miraflores 동네의 "El Bodegon".
테이블이 열개 정도 있던 주택가에 위치한 페루비안 음식을 파는 조그만 레스토랑이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11시 반에 도착하니 일반 테이블은 모두 꽉 찼고, 거울을 마주 보는 하이체어 두 자리만 남아있다. 내가 주문한 Ceviche는 생선을 회처럼 얇게 떠 레몬 즙이나 라임 즙, 향신채와 재어 두었다가 먹는 요리로, 특히 페루를 대표하는 국민 음식으로 여겨진다. 리마에서의 숙박은 에어비앤비 그레이스아파트지만, 리마에서의 식당은 El Bodegon이다. 줄 서기는 선택이 아니고 필수인, 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절대 아깝지 않은 리마의 맛집이었다.
둘째 날 - 비 내리고 약간 쌀쌀한 저녁, 비잠바 입고 여행책자에서 should-go로 추천한 Miraflores 동네의 "Punto Azul"을 향해 걸었다. 2층 가정집을 개조해 고급 레스토랑으로 꾸며놓은 좀 가격이 있어 보이는 예쁜 레스토랑이었다. 얼큰한 해물탕이 먹고 싶어서 Sudado를 오더 했다. 웨이터가 seafood 종류별로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지를 물었다. 생선뿐 아니라 모든 해산물을 사랑하는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고, 웨이터는 Pariuhela를 먹어보라고 권했다. 우와~ 직원의 추천메뉴는 완전 최고였다. 신선한 해물이 잔뜩 들어간 Pariuhela를 먹기 위해서라도 리마를 다시 방문하고 싶을 정도다. 정말 맛있었다. 팁을 두둑이 주니 웨이터 입꼬리가 하늘까지 올라간다.
**둘째 날 밤에 침대에 누워 이틀뒤 향하게 될 Ollantaytambo 숙소를 예약했다. 이런 무계획-자유여행이 너무 좋았다.**
셋째 날 - Barranco에서는 페루 길거리 음식을 여러 가지 맛보았다. 초중고 졸업생들 졸업앨범을 찍는 일요일이라 많은 사람이 모여서인지 바닷가에 길거리 음식 장사들이 넘쳐났다. 그중 파삭한 생선튀김에 레몬즙과 양파를 넣은 5 솔짜리 컵음식과 야채와 감자 튀김을 잔뜩 넣은 햄버거는 엄지 척을 절로 나오게 했다. 우리 둘은 사람구경 원 없이 하고 리마 사람들은 길거리 음식을 감탄하며 먹는 우리를 구경했다.
그리고 넷째 날 아침 일찍 리마에서 쿠스코행 비행기를 탔다. JetSmart라는 칠레국적의 저가 항공을 이용했는데, 발권 후 Tripadvisor에서 본 JetSmart의 리뷰는 우리를 조마조마 불안하게 했다. 쿠스코 들어가는 비행기는 딜레이가 돼도 큰 상관이 없지만, 나중에 쿠스코에서 리마로 돌아오는 비행기가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우리가 미국을 경유해 캐나다로 돌아오는 길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의 JetSmart 경험은.... 리마에서 쿠스코행 비행기는 2시간 딜레이 돼서 떴고, 산으로 둘러싸인분지에 위치한 쿠스코에 랜딩 할 때 요동을 쳤다. 그리고 쿠스코에서 리마로 나중에 돌아오는 비행기는 정시에 떠서 정시에 도착했다.
다음회에서는 Ollantaytambo이야기를 풀어보겠다. Ollantaytambo는 쿠스코에서 마추픽추 마을인 Aguas Calientes를 갈 때 중간에 거쳐가는 마을이다. 아들 영진이가 사준 여행책자에서 권장하는 여행루트는 해발 3000미터 이상에 위치한 쿠스코에 바로 머무를 경우, high altitude sickness (고산병)로 많은 여행객들이 고생한다며, 쿠스코 공항에서 바로 Sacred Valley (Ollataytambo는 Sacred Valley에 있는 마을 중 하나다)로 가서 마추픽추를 방문하고 다시 쿠스코로 오기를 권장했다. 계획 없이 떠난 여행, 페루 여행 전문가가 쓴 여행 책자의 권장사항을 성경 말씀처럼 믿고 따르기로 했다. 역시 말 잘 듣는 여행객, 우리에게 고산병으로 인한 어려움은 여행기간 내내 없었다.
Ceviche at "El Bodegon" Lima Miraflores
El Bodegon에서 마신 시원한 페루 맥주 Cusquna는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듯 우리의 졸린 눈을 번쩍 뜨게 만들었다.
Pariuhela at "Punto Azul" Lima Miraflores
생선튀김 - 길거리 음식 Lima Barranco
길거리 음식 - Lima Barranco - 페루에서 먹는 프렌치프라이는 거의 대부분이 냉동 감자가 아닌 fresh 감자를 튀겨서 만든다.
Monasterio de San Francisco 교회 지하방들에 가득한 뼈들. 돈 있는 사람들만 교회에 돈을 내고 이곳에 묻혔다.
이곳은 가이드를 따라서만 입장이 가능했다. 하루종일 지하 해골방들을 다니며 영어와 스페인어로 관광객에게 설명하는 가이드들이 안돼 보였다.
구도심 Plaza San Martin에서 Turismo모자와 제복을 갖춰 입은 관광공무원 Aaron. 우리가 가야 할 곳을 딱딱 찍어주었다. 점심을 먹을 식당과 메뉴까지
Aaron의 추천으로 리마에서 가장 맛있다는 Pisco Sour를 먹기 위해 Gran Hotel Boliver (리마에서 가장 오래된 High-end 호텔)로 갔다.
벽화들이 유명한 예쁜 Barranco. 이날 리마 사람들이 다 이곳에 모인 듯했다.
현지인 식당에 들어가 breakfast와 커피를 먹으며, 페루 여행 책자를 뒤적거리며 오늘 갈 곳 별표. 우리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됐다.
우연히 방문한 Jade Rivera의 갤러리 at Barranco. 작품 하나하나가 나에겐 너무 좋았고 이곳에서 그가 디자인한 베이비 알파카로 만든 비니를 나에게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