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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Nov 05. 2024

남들은 몇 시간 스쳐가는 곳, 하지만 우리는 삼일

Sacred Valley #1 - Ollantaytambo

구체적인 계획 없이 떠난 여행이었지만, 아들이 사준 여행 책자는 페루에서의 이동 경로를 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Sacred Valley는 쿠스코와 마추픽추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많은 관광객들은 쿠스코에 머물며 당일치기 패키지로 이곳을 스쳐가듯 둘러본다. 하지만 여행 책자에서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Sacred Valley에 위치한 마을에서 2-3일 머물고 마추픽추 마을인 Aguas Calientes로 이동할 것을 권했다. 쿠스코와 마추픽추보다 낮은 고도에 위치한 Sacred Valley에서 고도(altitude) 적응을 하며 여유 있게 유적지들을 둘러볼 것을 권했다. 그리고 Sacred Valley 마을 중에서도 Ollantaytambo에 숙박할 것을 추천했다. Ollantaytambo는 쿠스코에서 출발한 마추픽추행 기차가 잠시 쉬어가는 작은 마을이기도 하다. Peru Rail와 Inca Rail에서 파는 bimodal (기차 + 버스) 티켓의 환승역이 바로 이곳이다.    


리마를 떠나는 날, 우리는 꼭두새벽에 일어나 출근 시간 러시아워를 피해 일찌감치 리마 공항에 도착했다. 리뷰 최악 (발권당시 싼 가격에만 신경을 썼지 리뷰를 꼼꼼히 살피지 못했다) 남미 저가 항공 JetSmart는 예정시간보다 두 시간 늦게 떴지만 우리를 쿠스코에 무사히 내려주었다. 공항을 나가자 택시 운전수들의 엄청난 호객행위가 시작다. 그중 센스 있는 또 영어를 하는 택시 운전수가 Uber가격 180 솔에 Ollantaytambo까지 우리를 데려다주겠다고 제안했다. 이미 Uber가격을 조회해 보고 온 우리는 그 택시를 타고 한 시간 반 걸려 Ollantaytambo에 도착했다. 우리는 구글맵을 켜고 먼저 숙소를 찾아 나섰다. 광장에서 5분 정도 걷자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이번 숙소는 아침식사까지 제공되는 꽤 시설이 좋은 2층짜리 호텔이었다. 이 호텔 주 손님은 유럽에서 온 단체 관광객으로, 마추픽추를 가기 위해 하룻밤 자고 가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대부분이었다. 하루에 CAD60불짜리 방은 트윈 베드와 싱글베드가 놓여 있었고 깔끔했지만 또 예쁘고 넓었다. 호텔 1층에서 2층에 올라가는 길에 숙소 바로 뒤쪽에 유적지처럼 보이는 곳이 있었다. 무식한 우리는 그게 그 유명한 Ollantaytambo Ruins이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호텔에 짐을 풀자 벌써 4시가 되었다. 아침 점심을 제대로 먹지 못한 우리는 너무 허기졌다. 일단 식당을 찾아 광장으로 나가서 닭국 같은 게 사진으로 있는 식당으로 갔다. 실한 닭다리가 들어간 뜨끈하고 진한 육수의 닭국이었다. 감자와 당근 또 퀴노아랑 쌀 같은 게 들어있는 아주 맛있는 든든한 한 끼였다.   


이제 배를 채웠으니 이곳에서의 여행 계획을 세워야 했다. 인포메이션 센터에도 가보고 투어 패키지라고 적힌 곳에 들어가 패키지 종류와 가격을 알아봤다. 그리고 우리 호텔로 들어가 프런트데스크 직원에게 부탁을 했다.

"내일이랑 내일모레 동네 사람 중 우리 라이드만 사람 소개해 줄 수 있어? 영못해도 돼. 통역도 가이드도 필요 없으니 아침에 출발해서 차만 태워 주면 돼."

허~ 직원이 알아보겠으니 좀 기다리라고 한다. 몇 분 나가서 통화하고 오더니 택시 운전수를 찾았단다. 그리고 금액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 직원은 어디를 가야 할지도 정확히 모르는 우리에게 이틀간의 투어 코스를 짜준다. Google translate을 사용해서, 비록 더디긴 하지만 의사소통에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구두로 약속하는 것은 위험이 따르기에 종이에 서로의 계약 조건을 쓰고 확인했다. 그리고 딜에 들어갔다. 조금 전에 돌아다니면서 대충 가격을 파악한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금액을 제시하고 흥정을 마무리했다.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인 인숙이와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기 위해 침대로 들어가, 가이드 없이 다닐 내일 관광지들을 미리 유튜브로 살펴보며 예습을 하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다음 날 9시 광장에서 택시 운전수 소피아를 운명처럼 만나게 된다.  


Ollantaytambo 마을은 관개수로가 골목골목 이어져서 물 흐르는 소리를 어딜 가든 듣는다. 너무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호텔에서 걸어서 1분 거리, Ollanaytambo Ruins이 있었다.  

 

아침 7시 반 문 열 때 breakfast 소화도 시킬 겸, 산보 삼아 다녀오니 이 유적지 전체가 우리 것이었다. 우리는 로키 하이커, 이 정도는 동네 뒷동산이다.


Ollantaytambo ruins에 있는 라마와 알파카들. 이중 알록달록한 갈색라마가 유튜브에서 관광객들을 뒤쫓으며 겁주기로 유명한 바로 그놈이다. 인숙이도 당했다.
쿠스코와 Sacred Valley 15곳의 어트렉션을 10일 동안 이용할 수 있는 자유 이용권 같은 BTC티켓이다. 무조건 구매해야 한다. 130 솔이다.
황토로 만든 그릇에 담긴 뜨끈하고 진한 닭국, 내가 태어나서 본 닭다리 중 제일 컸다. 맛은 쌍따봉이었다. 허기졌던 우리의 원기를 회복시켜 주었다.


Ollantaytambo Ruins안에도 관개수로가 만들어져 있다. 이 지역 가뭄이 매우 심한 상태였는데 관개수로의 물은 힘차게 흘렀다.


동네 광장에서 한컷 찍었다. 동네 자체도 또 주변도 너무 아름다운 잉카인들의 어마무시한 유적지. 3일 숙박은 잘한 선택이었다.
동네 광장에서 살짝 벗어난 현지인 맛집이다. 8 솔 (3천 원 정도)이면 맛있는 푸짐한 식사를 할 수 있다. 현지인들이 북적거려 우리도 들어가 봤다. 강추!
Ollantaytambo에서는 차 다니는 길가에 위치한 숙소는 피해야 한다. 차량/오토바이 소음으로 잠을 이룰 수 없다. 다행히 우리가 머문 숙소는 두 블록 안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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