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인연들

교단 에세이 프롤로그

by 정하

길에서 만난 인연들


나는

언제나 앞서 걷는 사람이 아니라

잠시 나란히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구겨진 지도 하나씩을

가슴에 품고 나타났다


그들은

말보다 침묵이 길었고

웃음 뒤에

묻어 두지 못한 사연들이

신발 속 모래처럼 따라왔다


우리는

짧은 구간을 걷기도 했고

계절을 건너

긴 그림자를 나누기도 했다


엉킨 마음의 실타래를 품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품으며


조급하지 않게

한 올, 한 올

당겨 보고

놓아 보며 실타래 끝을 찾아내어

풀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갈등을 부셔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이해의 방향으로 돌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는 걸

그 길에서 배웠다


누군가는

눈을 들어 하늘을 배웠고

누군가는

자기 발밑의 흙을 믿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서서히 익어가는 그들의 성장 곁에서

나 역시

어른이 되어 갔다


스승이란 이름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존중하며

그 삶이 스스로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밤하늘의 빛나는 별빛 역할을 한다는 것을


길은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졌지만

그들이 남긴 발자국은

지금도

내 삶의 속도를 조절해 준다


나는 오늘도

인생의 길 위에서

또 다른 이름을 만난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가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들까

기다리면서

천천히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