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
ㅡ 작가 소개 ㅡ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러시아 작곡가다.
그의 음악은 늘
시대의 그림자와 함께 놓여 있다.
독재와 검열,
침묵을 강요받던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
쇼스타코비치는
음악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선율은
한 번에 이해되지 않는다.
밝아 보이다가도 불안하고,
유머처럼 들리다가도
어딘가 서늘하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기쁨을 노래하면서도
항상 그 이면을 함께 데려온다.
- 작품 세계 -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에는
종종 춤곡이 등장한다.
왈츠, 폴카, 행진곡.
그러나 그의 춤은
결코 가볍지 않다.
리듬은 분명히 경쾌한데
선율 어딘가가 비틀려 있고,
화성은 미묘하게
안정을 거부한다.
그는
아름다운 형식 안에
불안과 아이러니를 숨겨 두었다.
그래서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몸은 움직이고 싶은데
마음은 잠시 멈칫하게 된다.
그것은
자신이 사랑하던 나라를 상실한 한 작곡가의
소외감이
음악의 선율을 통해
은유적으로 흐르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 재즈를 좋아하던 딸 -
( 왈츠와 재즈를 오가는 리듬)
딸은 대학 시절
재즈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스윙과 블루스,
즉흥 연주와 리듬 속에서
음악은
정확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흔들리는 언어였다.
재즈를 하며 배운 것은
틀림없는 박자보다
흐트러져도 다시 만나는 감각이었다.
딸이 오케스트라단에 입단하고
6개월 연습 후 공연 무대에 서게 되었다.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이 2번째 곡이라
6개월 동안 연습하다 보니
나에게도 익숙한 곡이 되었다.
처음 우아한 왈츠 선율이 흘러나올 때
나 역시 누군가와 손을 잡고
3박자의 은근한 리듬을 타는 듯했다.
그런데 음악은 곧
재즈의 박자로 미끄러지듯 바뀌었고,
잡고 있던 손을 놓은 채
빠른 스윙 춤을 춰야 할 것 같은
이색적인 감동을 안겨주었다.
재즈를 좋아하던 사람에게
이 음악은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다가올 둣하다.
작품 〈왈츠 2번〉 감상
(균열 위에서 이어지는 춤)
왈츠 2번은
흔히 ‘재즈 모음곡’으로 알려진 작품 속에 포함된 곡이다.
2000년에 제작된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의 OST로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곡이기도 하다.
첫 소절부터
낭만적인 왈츠의 얼굴을 하고 등장하지만,
곧
그 얼굴은 살짝 어긋난다.
선율은 매혹적이지만
어딘가 과장되어 있고,
리듬은 춤을 부르지만
완전히 몸을 맡기기에는
조금 불안하다.
이 미묘한 어긋남의 매혹이
이 곡의 핵심이다.
그 어긋남은
단순한 음악적 장치가 아니라,
쇼스타코비치가
시대의 억압과 검열 속에서
끝내 말할 수 없었던 감정을
겉으로는 화려한 형식을 빌려
조심스럽게 스며들게 한
흔적처럼 들린다.
밝게 연주되는 왈츠로
균형을 잃지 않으려 애쓰며,
무너지지 않기 위해
조금 어긋난 채로 이어가며
그는 시대의 억압을
비튼 선율 위에
오롯이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