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라피로 그리는 봄
1. 봄은 계절의 허락
가지 끝에
움이 트고 있다
아,
우주의 설렘이
세상에 입김을 불어넣는
봄은,
계절의 허락
도처에서
설렘이
새순으로
돋아오르고 있다
2. 봄의 징후
겨우내 꽁꽁 얼어 있던
계곡의 물이
몸을 풀고
돌 사이로 흘러간다
매섭던 바람은
무거운 옷을 벗고
산을 사뿐히 넘어와
공기를 데운다
땅속에서는
호기심 많은
작은 새싹 하나가
두근거리는 가슴을 꾹 누르며
어둠을 지긋이 밀어 올린다
강추위에 웅크리고 있던
매화나무 가지 끝에서도
설렘 하나가
꽃망울의 숨을
막 터뜨리고 있다
세상은
잠시 문 앞에 서 있다가
어두운 휘장을
가만히 젖힌다
그 순간
겨울이
쏟아지는 햇살에 놀라
문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