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다른 이름

자각 성찰의 감성 테마시

by 정하

나의 다른 이름

오랜 시간
한 사람과 깊이 인연을 맺었다가
이별한다는 것은

단지
그 한 사람을 잃는 일이 아니다

그와 함께 열어 두었던
하나의 세계가

닫히는 일

함께 쌓아 올린 기억과
나누어 들인 열정과 시간들이

어느 날
조용히
사라지는 일이다

너나들이로
깊은 마음을 나누던
수많은 날들이

문득
의미를 잃고 허공으로

흩어지는 순간


나는 알게 되었다.

한 사람과의 결별이
내 생의 소중한 한 토막을
도려내는 일이라는 것을

그런 날에는
내 우주의 한 행성이
궤도를 벗어나

어둠 속으로 사라지듯


세상이

암전되듯 멈춰선다.


그런데

그 한 사람은

세월의 무게에 눌려

조금씩 바스라지고 있는


나의

다른 얼굴이었다

나는
스러져가고 있는 그 이름을
조용히 끌어안고


다시

뜨겁게

불러본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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