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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극단의 막내 단원이 되었다.
01화
직장인 연극 극단에 왜?
<우주의 시작>
by
둔꿈
Aug 25. 2023
저녁 7시 무렵, 나는 OOO 극단이 이용하고 있다는 강당문을 열어젖혔다.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조용하게 의자와 책상을 배열하고 있다. 뭔가 설레발일지도 모르지만 도와야 할 것 같아 쭈빗쭈빗 의자를 몇 개 나른다.
말도 없이 조용히 움직이는 수도승 같은
그들의 모습에 마음 한 편의 긴장감이 배가 된다.
디귿자 형태로 정리된 책상들의 앞쪽으로 강당 앞쪽의 무대가 왠지 더 뚜렷하게 보이는 듯하다.
어, 이런 나보고 그 무대 앞에 나가
자기소개를 하라고 한다.
그냥 앉아있는 자리에서 일어서면 되지..... 왜 앞에 나가야 하는 것일까?
속으로만 중얼거릴 뿐, 나가라면 나가야지. 신입 단원이 무슨 토를 달 수 있을까?
결국 무대 위에 선 나는 얼마나 긴장했는지 극단에 가입한 이유부터 줄줄줄 읊어 내려갔
다.
"저는 글쓰기 취미를 올해부터 가졌는데요. 이게 아주 옛날, 그러니까 초등학교 때 흥미가 있던 분야였어요.
그
런데 매일 글을 쓰다 보니 올해 공모전, '시' 분야에서 입상을 했습니다. 뭔가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러다 곰곰이 다른 흥미는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예고에 가서 배우가 되고 싶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뭔가 다른 풍요로운 세계를 여기서도 만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으로 왔습니다."
열심히 내 모습을 촬영하던 감독님이 말을 건넨다.
"이름은요?"
조용하던 단원들 사이로 웃음이 쏟아졌다.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것은 곧 머지않아 닥칠 난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여기 전통입니다. 노래나 춤 같은 장기자랑을 해보세요~!"
"춤이요? 노래요?"
이미
배배 꼬인 몸이 꽈배기처럼 더 꼬여간다. 얼굴은 뜨겁다 못해 넋이 나갈 것 같았다.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이어지자, 감독님은 도와주고 싶으셨나 보다.
"아까 공모전에서 입상했다는 거, 지금
낭독해 보세요. 여기 시 낭독이 취미이신 분들도 있어요
."
아, 아닌데...... 그런 한(?)이 서린 시는
이런 데서 읽을 시가 아닌데......
스마트폰을 꺼내 최근에 썼던 그나마 밝은 시를 더듬거리며 읽어 내려갔다.
쏟아지는 박수들~
아! 드디어 신고식이 끝났다. 이제 본격적인 극단 단원으로 삶이 시작되는 것인가?
뭔가가 마음
속에서 꿈틀거리는 미세한
느낌 따라 따듯하게 퍼져갔다. 아, 이
마음이 또 시가 되는구나.
여기 오길 참 잘했다 생각하며 빙긋이 웃는다
<우주의 시작>
아는가?
우주의 최초 시작은
가스와 먼지였다.
우리 生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간
수많은 그것들을 생각한다.
그중 분명 있을게다.
나의 우주, 혹은 너의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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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Brunch Book
나는 극단의 막내 단원이 되었다.
01
직장인 연극 극단에 왜?
02
병든 이병헌입니다
03
아이고, '산초'를 하라니요!
04
빙신을 만들라고?
05
나도 그녀처럼 잔잔하게... 될까?
나는 극단의 막내 단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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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꿈꿉니다. 무지개색 꿈을 좇는 여정에서 만나는 이들과 것들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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