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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파인 Jan 27. 2023

하우스홀릭 3 - 마냥이

집에 살다

     

  오고 가는 길이 막혀있지 않으니 찾아오는 동물 식구들도 참 많다.  각종 새들이 오고, 수리부엉이도 다녀가고, 그 무섭다는 삵도 한차례 보았다.  요즘 우리 집의 새로운 식구들은 고양이 가족이다. 한동안 강아지와 진돗개를 키웠는데 이 아이들이 떠나고 나니 고양이들이 한 마리씩 오기 시작하였다.


  처음에 노란 고양이가 찾아와서 ‘옐로’라고 이름 지어 주었는데 이 아이가 시작이다. 이후 삼색고양이인 ‘클레오’가 한창 애교를 부리고 떠났고, 고양이 한 세대가 지나갔는지 옐로가 떠난 이후 새로운 노란 고양이가 찾아왔다. 이 아이들은 찾아오고 떠나는 길고양이들이었고, 그리 오래 살지 못하는지 1년 남짓되면 그냥 사라져 버렸다.

우리 멋진 옐로와 아기

                                      

  

  그런데 약간의 먹이에 더해 간식을 조금 더 챙겨주었더니 새로운 ‘옐로 2’가 적극적으로 우리 집에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  매일 아침 마당으로 난 창 앞에서 간식 내놓으라고 보채고, 간식을 챙겨주면 한참 앉아있다 떠나곤 했는데, 임신을  했는지 배모양이 심상치 않았다. 그러더니 새끼를 어디선가 낳았는지 홀쭉해져서 그리고 지친 모습으로 찾아왔다. 너무 지쳐 힘이 없이 늘어진 모양이 안쓰러워서 삼겹살 몇 조각 삶아주기도 하였다.  그러기를 한 두 달 지나더니 훌쩍 커버린 고양이 세 마리와 우리 집을 찾아왔다. “우리 아가들이에요” 하는 모양새다. 이름을 지어주기로 하고 ‘하나, 두리, 꼬미’라는 지극히 비창조적인 이름을 지어주었다. 먹을거리가 있으니 신나게 마당에서 뛰어놀고 즐기는 모양이 사랑스러웠다.  그러더니 하나씩 어딘가로 사라졌다.  

옐로2 의 아기들  

  사라졌다기보다는 어느새 커버린 새끼들을 ‘옐로 2’가 쫓아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새끼들을 이제는 자기 곁에도 못 오게 하고 가까이 오면 그르렁 거리고, 손바닥으로 때리기도 하고...   독립시키는 과정이었다.  그리고는 자기 혼자만 사랑해 달라고 한다.  그렇게 시간이 가더니 아니 다시 또 덜컥 임신한 조짐이다.

  

  놀라운 번식력에 놀라고 걱정하며 지켜보았는데, 어느덧 출산인가 보다. 이 번에도 모처에서 새끼를 낳은 듯한데, 힘들었는지 한결 더 수척해졌다. 그래서 ‘새끼들 데려와라’라고 몇 번 이야기를 했더니, 어느 날 아침 정말 아장아장 어린 냥이 네 마리가 데크 앞에 와 있었다.  밤새 데려다 놓은 모양이다. 얼마나 귀엽고 예쁜지 하루 종일 쳐다보게 되었다. 이번에도 탁월하게 평범한 작명 ‘가나, 다라, 무파사, 아자’ 그래도 약간의 변형을 한 것은 ‘마바사’ 예정 냥이가 조금 씩씩하게 생겨서 비슷한 어감으로 '무파사', 그리고 막내 냥이는 너무 작고 어려서 힘내라고 ‘아자’라고 이름을 지어 주었다.  이 아이들이 본격적인 마당고양이 그래서 ‘마냥이’의 시작이다.  ‘옐로 2’도 아무 곳에도 안 가고 새끼들과 우리 집 데크에 편하게 자리 잡았다. 

참 많은 고양이들

  

  고양이의 모성의 대단함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고양이의 성장과정을 대형 창문 스크린을 통해 일분일초를 놓치지 않고 관찰하게 되었다. ‘옐로 2’는 새끼들이 아무리 귀찮게 하고 장난을 쳐도 다 받아주고, 훌쩍 커버린 새끼 고양이들에게 무시로 젖을 내놓았다. 사료 먹이를 먹으면서도 한바탕 뛰어놀고 나면 새끼들은 어미에게 붙어 젖 내놓으라 성화고, 그러면 힘들어 보이는데도 젖을 내놓고 누워있다. 새끼 고양이들은 아침이 되면 활동이 많아진다. 자기들끼리 장난치고, 나무 위로 뛰어오르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고양이들 나무 타는 솜씨가 원숭이처럼 날렵하다는 것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나무 위 고양이

  

  어미는 새끼들을 데리고 한차례 숲으로 다녀오기도 하였다. 아마 야생에서의 삶을 훈련시키는 듯하였다. 그러더니 어느 날부터 어미가 새끼들에게  그르렁거리기 시작하였다. 새끼들이 커버리니 독립시킬 작정인가 보았다.  어미의 돌변에 기죽은 고양이들이 눈치를 보기 시작했지만 어디로 떠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냥 마당 냥이가 되어서 우리 눈치와 어미 눈치만 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새끼들을 두고 ‘옐로 2’가 떠났다. 어디로 갔는지 안 보이다가 가끔 한 번씩만 오고 있다.  어미 없는 새끼 마당 냥이들은 지금도 굳건하게 우리 마당을 지키고 있다.  너무 순하고 어리숙해서 다른 거친 환경에는 적응하지 못할 것 같아 애처롭다. 

 

  해가 지나면서 떠나버린 고양이도 있지만 다시 어미가 되어 새끼를 데리고 나타나는 고양이도 있다마냥이 들은 그렇게 생명의 순환과 지혜를 보여주며 우리와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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