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빨간약 Jun 07. 2023

단톡방

메타인지 커뮤니케이션

 끊임없이 생기는 무음의 새로운 메시지 카톡 알람이 범상치 않다. 보통 평일 오후 아이폰은 조용하다. 기본이 진동모드이기도 했거니와 평일 오후에 그다지 연락할 이슈 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의 삶은 뻔한 루틴으로 돌아간다. 마치 군대처럼. 기상과 동시에 샤워 그리고 출근, 회사, 퇴근, 운동, 샤워. 이것이 평일 코로나 시기 일상이었다. 8시 이후 문을 여는 가게도 없거니와 2인 이상 사람도 만날 수 없기에 이미 많은 것을 일상에서 내려놓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유독 단톡방만이 늘어난 느낌이 들었다. 팀 단톡방, 양조장 전체 단톡방, 조합원방을 비롯해 각종 이벤트성 단톡방이 채팅 리스트에 쌓여 가고 있었다. 


 작년까지 기존 (주) 한잔에서 카톡은 개인 프라이빗 영역이었다. 물론 일부 직원들과는 개인적으로 카톡을 하였지만, 단체, 공적으로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과거 카톡, 전화 등을 통한 업무시간 외 업무지시 방지를 위해 별도 부서별 공지사항은 사내 커뮤니케이터 쪽지나 채팅을 통해 전달받곤 하였다. 


 하지만, 새로운 양조장의 새로운 조직문화는 기존의 방식을 거부하듯 카톡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고, 그렇게 무차별적으로 단톡방이 생성되었다. 이러한 메타인지 커뮤니케이션 방식에는 예상치 못한 메모리 누수(Memory Leak)가 발생했다. 10분 정도의 대화 혹은 공지의 단톡방이 쌓여만 갔다. 그러나 폐쇄적인 구조속 단통방의 개수는 존재감 또는 소속감을 불어 일으켜주듯 구성원들을 휘몰아쳤다. 친한 사람들끼리의 단톡방은 괜찮았으나, 상무포함 양조장방, 상무제외 연구소방, 부장포함, 부장 제외식으로의 단톡방이 생성되었고 그중 몇 개는 왜 존재하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10개의 회사 단톡방은 현시대를 이끌어가는, 4차 산업혁명 새로운 조직이 추구할 메타인지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라 여겼다. 


  초기 원년 멤바들의 생산직 전환이 이루어지고, 그해 말  승진심사 결과가 나왔다. 진 과장의 승진이었다. 생산직은 제한경쟁채용이기에 기존 공채와는 다른 절차를 지녔다. 덕분에 근무경력 2년 후, 심사승진을 통해 빠르게 승진할 수 있었던 진선임은 이후 노조 단톡방에 조용히 남아있었다. 그러나 일주일 후 구내식당에서의 맛깔난 점심을 먹은 뒤 잠시 휴식을 취할 때, 새로운 노조방이 생겼다는 알림이 왔다. 기존과 똑같았으나 인원수만이 차이가 있었다. 진선임을 제외한 노조방이었다. 흥미로웠다. 메타인지 커뮤니케이션, 신기술이 새롭게 메모리 누수를 일으키고 있었다. 대화의 본질에 대한 의미와 매체는 매체일 뿐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일까? 채팅 리스트 밑에 쌓여만 가는 회사 단톡방들은 소리 없이 아우성치고 있었다. 커뮤니케이션, 의사소통, 대화의 본질이 무엇인가의 의문이 그리고 전달시켜 주는 매체와 대상의 주객이 전도됨에 혼란함이 스며들어 왔다.


‘카톡’, ‘카톡 왔슈’,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하였습니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