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새 학기와 혼란
2021년 3월, 내 고등학교 2학년은 크론병과 함께 시작되었다. 크론병 때문에 배가 아픈 상황에서 학교 과제나 공부를 해야 했기 때문에 힘들었다. 게다가 배 아픔뿐만 아니라 목아픔, 몸살 등에 계속 시달리면서 학교 생활을 해나가기가 더더욱 힘들었다. (이 시기는 코로나가 유행하던 시기이기 때문에 나는 몸살을 코로나로 의심했었지만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이렇게 몸이 아픈 상황에서 내 인생목표였던 '친구 사귀기'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등교개학 첫날 점심시간, 내가 점심을 다 먹기를 기다리는 같은 반 학생이 있었다. 밥을 다 먹은 뒤에 그 얘와 함께 급식실에서 교실까지 걸어갔지만 둘 다 아무 말도 안 하고 조용히 있었다. 그렇게 나는 2학년에도 친구 사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나의 21년 3월은 암흑 그 자체였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실패를 만회할 기회라고 생각했던 고등학교 2학년은 시작부터 악재가 겹치면서 나를 더욱 암흑으로 몰아붙였다.
더 이상 살지 못하겠는 어느 날에
시 한 편이나 쓰고 싶은 날이다
여기 내 슬픔들이 너무 커서
이 시 한 편에 눌러 버리고 싶은 마음이다
세상살이라는 것이 너무 고달파서
매일을 살고 살아도
결코 사는 것 같지 않은 기분이다
잊을 대로 잊친 오래전에
하나의 불행과 하나의 무식으로 시작된
지금까지도 끝나지 않는 고난
시간의 흐름에 휩쓸려 살다 보니
점점 세상살이가 나아지는 것 같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니 달라진 건 없었고
오히려 불행이 쌓여있더라
뚜렷한 목표가 있고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나의 나태와 소극성이 만들어낸
진전없는 인생 부질없는 인생
해야 할 일을 하지도 않고 다 포기해버리고
하고 싶었던 일들도 결국 포기해버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오늘도 다 가버렸네
내가 그놈들 때문에 오늘 하루를 다 버리고
한탄하며 지내다 보니 쌓이는 건 불행이더라
나는 항상 열심히 했는데
정말 열심히 한 것 같았는데
변하지 않는 인생을 바라보며 한숨만 늘어가고
나도 변하고 싶은데
나도 내가 원하는 것 다 이루고 싶은데
변해가는 건 내가 아니라 세상이더라
홀로 외로이 가만히 서 있어
아무 곳이나 떠돌며 방황하니
저기 어느 시인은
자신의 슬픔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던데
나는 저문 강에 삽을 씻던 한 시인처럼
나의 슬픔들을 담담히 받아들일 뿐이었다
어리고 우활한 것은 나보다 더한 이 없다던
그 시인만큼 어리석고 멍청한 나는
이 변화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겠더라
이미 전에 품은 꿈과 이상들은 희미해졌고
창밖엔 여전히 눈 오고 바람이 부는 데
저 먼 길의 장애물들은 여전하고
이첸 파도까지 치고 있구나
그냥 저 파도에 휩쓸리고 싶어도
이젠 그럴 순 없었고
이젠 묵묵히 이 모든 고난과 아픔과 슬픔들을
안고 가야 할 텐데
이미 쌓일 대로 쌓인 모든 불행들이
나에게 더 이상 못 버티겠다고 말하니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시나 한편 쓰고 싶었던 날이었는데
남아있는 슬픔들이 여전히 커서
더 이상 여기 시 한 편에 쓰지 못하겠다
21.3.16~21.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