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유증

내 소극적인 성격의 시작

by 외딴별

마음-김광섭 시인의 '마음'을 읽고


내 마음은

빽빽한 나무들로 둘러싸인 연못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빽빽한 나무에 쉽게 들어오지 못하는 곳


평소에는 잔잔히 있다가

인기척이 느껴지면 물결을 치는 곳


빽빽한 나무들을 헤집고 온 사람들이

물장구를 치며 연꽃을 구경할 때


연못은 연꽃을 꺽지만 않는다면

그들을 좋아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곳을 잘 오질 못했다


그래서 연못은

오늘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21.5.21


고등학생 시절 내 인생 목표는 전에도 말했다시피 '새로운 고등학교에서 새 친구들을 사귀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의 너무나도 소극적이고 내향적인 성격은 이 목표를 이뤄내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나저나 나의 '소극적이고 내향적인 성격'은 당최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이번에는 이러한 나의 성격을 만든 사건과 그 이후의 영향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로부터 7년 전, 내가 초등학교 4학년이던 시절. 나는 학교 폭력이라고도 불리는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 교실의 거의 모든 학생들이 나를 피하고, 무시하고, 조롱했다. 그리고 이러한 집단 따돌림을 중재해야 할 담임은 이를 방관했다. 사실 내가 당한 집단 따돌림의 강도는 여러 매체에서 언급될 정도로 심하지는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나는 진작에 학교 폭력을 신고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의 나도 내가 받은 학교 폭력의 강도가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신고하지 못하고 4학년이 끝났다. 그 후 5학년이 되어서도 집단 따돌림은 계속되었지만, 이번에는 5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이를 묵인하지 않고 중재에 나서주셨기 때문에 나는 다행히 집단 따돌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집단 따돌림이 끝났어도 4학년의 그 사건은 여전히 마음속에 상처로 남아 있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그 사건 이후 나는 다른 친구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그만두었다. 정확히는 다가가고 싶어도 또다시 상처받을까 봐 다가가지를 못했다. 또한 다른 사람의 눈치를 심하게 보게 되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눈치를 보느라 하지 못했고, 나서고 싶어도 눈치가 보여서 나서지 못했다. 그렇게 눈치를 보면서 나는 점점 소극적이고 내향적인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눈치 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는 삶을 포기했다. 그러한 삶을 보내던 중학교 3학년 끝자락의 어느 날, 몇몇 같은 반 학생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그들과 함께 놀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의 즐거움'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고등학교 인생 목표가 정해졌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그 후유증은 여전했다. 나는 여전히 내향적이고, 소극적이고, 과묵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3 때처럼 나에게 먼저 다가와준 학교/학원 학생들이 나는 무척이나 고마웠다. 하지만 그 고마움을 직접 표현할 수는 없었다. 어느 날 같은 학원을 다니면서 같은 반인 한 학생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내용은 대충 어제 학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것이었다. 그 얘는 열심히 나에게 말했지만 나는 그 얘의 열변에 적절하게 호응하지 못했다. 이것이 여전히 후유증이 남아있는 나의 한계였다.


후유증


이미 오래전 일임에도

잊지 못할 후유증이

남아있다


어쩌면 지금보다도 슬펐던

그때의 가슴 아픈 후유증이

여전히 남아있다


그 후유증으로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고

나서고 싶어도 나서지 못했다


말할 때마다

용암 위 다리를

건너는 기분이었다


행동할 때마다

놀림당할까 봐

눈치와 불안만이 쌓여갔다


항상 조용히 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때보다도 슬펐던

작년의 슬픔에 찬 후유증도

여전히 남아있다

2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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