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 3
열등감(劣等感):자기를 남보다 못하거나 무가치한 인간으로 낮추어 평가하는 감정
나에게는 유구한 열등감의 역사가 있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나보다 잘난 남을 보며 그들을 질투했었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열등감의 시작은 아무래도 고등학생 때부터였다. 애초에 중학생 때의 나는 남을 질투하거나 시기할 이유가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다녔던 중학교에서 성적이 상위권이었고, 소수의 친구들과 별 탈 없이 지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굳이 고등학교를 하드코어 모드로 정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나는 지금까지 타의로 정해져 다니게 된 초중학교와 달리, 고등학교는 내가 선택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다니던 중학교 근처의 동네 고등학교가 아닌 집에서 거리가 있는 학구열 높은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나보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보며 열등감을 느꼈고, 나보다 친구를 잘 사귀는 학생들을 보며 열등감을 느꼈다. 나보다 수만 배는 뛰어난 그들에 비해 나는 너무나도 초라했다. 그래서 한편으로 나는 그들을 이상향으로 삼아 그들처럼 살자고 수만 번 다짐하기도 했었지만 결국 이뤄내지는 못했다. 나는 결국 고등학생 동안 나의 열등감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내가 열등감을 많이 극복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내가 열등감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는 아무래도 이제는 나도 남들처럼 많은 것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종종 나보다 열심히 하는 남들에 의해 우울해지곤 한다. 아무래도 그래서 나는 항상 조금이라도 더 하려고 하는 것 같다.
이렇게 많이 줄어든 열등감과 달리 아직 좀 남아있는 것이 있다. 바로 '머뭇거림'이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열등감을 느꼈던 이유 중 하나도 내가 남들에 비해 눈치를 많이 봐서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렸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래도 그때보다는 눈치를 덜 보면서 말을 많이 하곤 하지만, 여전히 눈치를 볼 때가 많다. 고등학생 때의 망설임과 지금의 망설임의 결이 약간은 다르지만 서로가 공유하고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상대방의 거절이 두려워서 망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거절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예전에는 '내가 상대방에게 무리한 부탁을 해서 상대방을 힘들게 했구나'라는 자책이었고, 최근에는 '되지도 않을 일을 괜히 물어봤구나'라는 자책이었다. 두 이유에서도 느껴지는 것처럼 예전의 나는 눈치를 보며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는 것을 두려워했다면, 최근의 나는 소망하는 일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두려워한다. (생각해 보니 예전의 나는 최근의 내가 두려워하는 것도 같이 두려워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과거의 나도, 지금의 나도 거절을 두려워해 망설이곤 하지만 확 김에, 무턱대고 상대방에게 물어봤을 때 상대방이 승낙한 경우는 내 예상보다 많았었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과거에 비해 덜 눈치 보면서 상대방에게 물어보곤 하지만, 아직 1% 정도 남아 있는 거절의 변수 때문에 가끔씩 멈추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