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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은 죽음 Mar 31. 2024

긴긴밤

노든은 어떻게 긴 밤을 이겨냈을까

상실의 경험 없이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루리작가의 긴긴밤이라는 책을 읽어보기를 바라. 

상실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무언가를 잃어버렸을 때 어떠한 마음이 되는지 

또 고통스러운 마음에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을 거란다. 


노든은,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과 같은 코뿔소를 맞이하게 된 거야.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가 죽는 것을 보았어. 

노든은,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마음에 맞는 친구도 갖게 되었지. 

그러나 역시 자신의 가족과 같은 이유로 친구 역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어. 

그리고 노든은 인간들에 의해 흰 코가 잘리게 돼.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흰 바위 코뿔소.




노든은 계속해서 철조망에 뿔을 박아댔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지워지지 않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어떤 방법을 써도,

노든은 여전히 모든 것을 기억했다. 




노든의 마음이 너무 이해되어서 엄마 역시 슬펐단다. 


살면서 어떤 사실은 잊히지 않지. 

단 한순간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거야. 

자책하고, 원망하고, 외면하고, 화가 나는 그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느껴지는 거야. 

온몸의 세포에 기억의 조각들이 새겨져서 

절대로 그 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생기는 거야.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노든은 긴긴밤을 보냈어. 

그 모든 밤동안 슬퍼했고, 외로워했으며, 아파했어. 

하지만 밤을 지내고 나면 노든은 걷는 거야.

남겨진 사람의 몫을 다하는 거지.

천천히 앞으로 나가는 거야. 


노든이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작은 펭귄이 그의 곁에 있었기 때문이었어. 

노든은 살아남게 된 작은 펭귄의 세 번째 아버지였거든. 


엄마도 노든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부모란 그런 존재일지도 모르겠어.

어떠한 고통 속에서도 결국 살아가야 할 이유를 가족에게서 찾는 그런 존재.

내 어머니가 그랬고, 

너의 엄마도 그렇고, 

너의 자녀의 엄마도 그렇게 되겠지. 


긴긴밤에 오면 고통스러울 거야. 

하지만 부디 노든처럼 

그 고통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라. 

또, 너를 사랑한 엄마들이 있다는 것도 잊지 않기를 바라. 


지평선 너머 붉은 해가 떠오르는 것이 너에게 줄 수 있는 증표란다.  


따뜻한 햇살에 힘을 얻고,

노든이 초록색으로 일렁이는 바다를 찾았듯, 

노든의 아이가 파랑으로 가득한 바다를 찾았듯, 

너의 바다를 잘 찾기를 바란단다. 


p.s. 언젠가 모험을 떠나게 될 너에게. 

 홀로 수많은 긴긴밤을 견뎌 낼 너에게. 

그리고 마침내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날 너에게. 

어디서든 너를 알아볼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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