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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SPAPA Apr 08. 2023

알고 보면 당신도 멋진 사람

M

나와 동갑인 M1년 먼저 회사에 입사했다.

정확하게는 적으로  회사 다른 사업부서 회사생활을 시했다.

내가 입사하고 2년 반 정도 지났을 무렵, 우리 조직으로 소속을 옮매우 특이한 케이스였다.


해외한 국가에서 대학을 나온 그는 해 국가의 어학능력 확실한 점이 있었.

해당 국가에 대한 전략적 진출을 꾀하던 당시 우리 조직에서  에 대한 논의를 큰 반대 없이 받아였던 이다.

 또한 무지를 옮기고 싶어 사까지 각오하고 상부에 강하게 어필했다는 후문다.




전입을 온 그 처음 마주쳤을 때, 그는 내게 혹시 본인을 기억하느냐고 물었었다.

분명 낯이 많이 익은 얼굴었지만 사실 난 그를 억해내지는 못했었다.  

그가 우리가 군대에서 만난 적이 있노라는 얘기를 했을 때 군기가 바짝 든 이등병이었던 그의 모습을 기억 한 구석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해외에서 공부하느라 입대가 늦었 그는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내가 병장으로 있던 우리 부대 전입을 왔다.

예하부대로 최종 배치를 받기 전 인사계원들이 함께 소속되어 있던 우리 생활관에 잠시 머물렀었다.


예하부대로 배치가 내정되어 있어도 상급부대의 필요에 따라 중간에서 변경하여 차출하는 경우 종종 있었다.

그때도 이등병 M을 차출하느냐 마느냐 했던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최종적으로 그의 차출은 무산되었지만, 특이하게 생긴 병장아저씨와 보낸 짧은  시간 그는 기억던 것이다.


유독 인상이 잘 기억나는 사람들이 있다.

내 기억 속 그가 남아 있던 건 엄청 순하면서도 똘하게 생긴 그의 표정과 눈빛 때문이었다.

 또한 분명 상대적으로 편하고 부조리도 덜하다 들었을 상급부대 잔류를 갈망했었을 것이고, 

래서 그때의 눈빛  애타게 반짝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된 우리는 과거의 스쳐간 인연으로 사내 메신저에서 자주 얘기 나누며 가까워졌다.

나보다 우리 회사에 1년 먼저 입사한, 동갑면서 친한 다른 선배와도 다는 말에 식사자리를 마련하여 사 밖에서도 모이곤 했다.


그런데 무언가 관계가 조금 모호해지는 부분이 생겼다.

나는 마음속에서 그를 회사선배라기보다는 새로운 직장동로 생각했다.

솔직하게는 전입 온 그를 오히려 내가 챙겨는 관계에 있다고 생각을 했었다.

전입온 이등병이라는 만남의 첫 단추가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탓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나름대로 나보다 조직에 1년 먼저 회사에 입사해 있던 선배들과 하나둘 동기로 관계구축고 있었다.

나는 나이와 관계없이 회사에서 친해진 입사선배들에게 선배님이라 존칭을 했었다.

그런데 내가 그를 1년 먼저 입사한 다른 사람들과 동일하게 선배님이라 칭하기는 모호다.

내가 먼저 승진을 하게 되면서 칭이 어색해졌다.

함께 있는 자리에서 흔히 말해 족보가 애매해지는 부분들이 생기 시작했다.

[이말년 작가님 그림]


그 이후 각자의 삶이 바빠지기도 하고 유관업무가 없어 자연스레 교류가 없어졌지만, 

로 불편한 자리를 원치 않았던 부분이 어진 제일 큰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그는 리 조직에 넘어왔을 때 여사감이란 별명을 가졌던 무서운 여자 상사분 밑에서 오랜 시간 적응에 고충을 겪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가 조직에 합류할 수 있던 배경이었던 전략적 진출 국가까지 우선순위에서 완전히 제외되면서 그의 가치도 모호해졌다.

어느 순간 그는 조직 내에서는  주목을 받지 못하 물리적도 외부 별도 사무실 쓰 한 부서로 이동이 나있었다.

그의 승진계속 미뤄 수밖에 없었다.


가끔씩 조우하는 그의 표정 점점 더 어두워는 걸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 아주 오랜만에 마주, 그가 인사조차 없이 무언가 나있는 표정으로 지나가버리는 날들 생겼다.

회사 그만둘 생각이라 다시 안 볼 회사의 사람이라 생각한 건지, 내가 뭔가 그의 심기를 거스른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굳이 나 또한 그의 마음까지 알고 싶지도 않고 기분이 상해 그 이후로 마주쳐도 극적으로 인사하지 않았고 더더욱 교류할 일도 없어졌다.




올해 초 인사이동 시, 옆 부서로 M이 발령이 났다.

기묘한 인연의 그를 지근거리에 다시 만날 줄은 몰랐다.


"잘 지내셨어요?"


그가 옆 부서로 온 지 얼마 안 된 날이었다.

저녁에 사무실에 남아 일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옆 부서에서 혼자 남아 있던 그가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부서이동의 배경과 각 부서의 현안에 대해 짤막하게 얘기를 나눴다.


그가 말을 걸어온 게 다소 의외였지만 솔직히 약간의 승리감 같은 감정도 든 게 사실이다.

'예전에는 아는 체도 안 하시더니, 새로 오니 모른 체할 수 없으셨나 보네?'


그 후 옆 부서에서 지내면서 지켜본 그의 모습도 의외였다.

같이 배석하는 회의 시간이나 가끔씩 멀리서 들려오는 통화소리를 통해 살펴본 그는 일처리가 빨랐고 새로운 업무에 대한 이해도 빨랐다.


다만 기분이 좋 나 웃을 때 순해 보이는 인상과 전혀 다르게 욱하고 내지르는 성있었다. 

사무실에서 부서장과 살짝 언성을 높이며 충돌하는 아슬아슬한 상황들도 초기에 보다.

물론 해당부서장이 일방적 소통으로 부서원들의 화를 돋우는 건 사무실 내 모두가 이해하 부분이었다.

그의 문제라고만 할 수는 없지만, 그가 조직 내에서 방황했던 건 그의 문제도 없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보름 전쯤 협업증진과 업무개선방향 도출을 위해 개최된 본부 차원의 대규모 행사.

표면적으로는 당일 세미나지만 코로나 이후 윗선에서 다수의 내부모임과 회식을 공식적으로 승인한 행사였다.


행사 이주 전쯤부터 각 부서에서 한 명씩 인원이 차출되어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되었다.

행사준비 TF에서 제일 직급이 높은 M이 준비위원장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리고 행사 당일.

기대 이상으로 행사는 알차고 유익하게 진행되었다.

노련하고 유쾌한 사회자의 영향도 분명 있었지만,

적절한 장소, 재밌는 경품, 다양한 프로그램 등 누구나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행사 준비에 많은 신경을 썼다는 게 보였다.


점심 식사까지 마치고 오후 일정이 시작되기 직전 사람들이 노래를 들으며 자리에서 각자 쉬고 있을 때였다.

진행 보조를 위해 M은 행사장 제일 앞쪽 창가에서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비스듬히 앉아있다.

나오는 노래를 따라 계속 흥얼거리고 있는 그를 본 사회자의 즉흥적인 판단이었는지 사전에 분위기 고조를 위해 어느 정도 논의가 있었던 건지,

그에게 사회자가 갑자기 마이크를 건넸다.


잠시 머뭇하던 그가 사회자와 잠시 얘기를 나눈 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새로운 노래.

가수 이무진의 '신호등'.

가사는 잘 모른다며 휴대전화로 가사를 보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그의 모습을 보고 모두가 놀랐다.

빼어난 바이브레이션과 노래 솜씨 때문이었다.


후에 그와 오랜 친분이 있는 다른 본부의 사람과 식사를 하다가 그가 행사에서 노래를 정말 잘 불렀었다는 후기를 말해줬었다.

그리고 알게 된 또 하나의 놀라운 하인드 스토리.

그가 노래를 더 잘 부르고 싶어, 몇 년 전 보컬학원까지 끊어 다닐 정도로 노래에 심이었다을.




행사가 끝나고 뒤풀이 회식 자리가 있었다.

회식 후반 자리가 한번 더 자연스럽게 섞였을 때, 그와 한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사무실에서 보던 어두운 그의 모습과 행사날의 모습이 전혀 색달랐기에 진심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 행사 준비하느라 고생 많으셨다고, 노래 정말 잘하신다고.


고맙다고 머쓱해하던 그와 행사 관련 이야기를 간단히 조금 더 나눈 후였다.

살짝 취해있던 그가 갑자기 옆 부서로 오기 전까지 많이 힘들었다는 얘기를 꺼냈다.

특히 예전 여사감 상사님에 대해서는 강한 적개심을 아직도 갖고 있었다.


"그때 내가 욕심이 너무 많았어요. 사실  욕심이 그녀한테 먹이가 된 거예요."

"잘하고 계시니 과거는 조금 내려두세요."

"그 과거도 저인걸요. 잘 안고 가야죠."


행사장에서의 후광 때문이었는지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의연하고 멋져 보였다.


행사가 끝나고 사무실로 출근하는 날.

출근길 들른 편의점에서 때마침 좋아하는 음료가 1+1 행사를 하고 있다.

사무실로 들어와 한 개는 내가 마시고, 정말 고생 많으셨다는 인사와 함께 남은 하나를 그에게 건넸다.




그렇다고 그 후 그와의 관계가 확연히 바뀐 부분은 없다.

여전히 우리는 최소한의 격식만 갖춘 채 데면데면하게 지내고 있다.

사무실에서의 그의 표정 또한 여전히 어둡다.

오히려 점점 더 어두워지는 듯싶기도 하다.

적응을 마친 건지 타협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그가 예전처럼 사무실에서 부서장과 언성을 높여 충돌하는 상황은 어졌다.


그는 전혀 모르고 있겠지만, 그를 보면서 가끔씩 활력을 얻게 되는 게 나에게는 큰 변화다.

회사 일과 중 지칠 때면 잠시 사무실 밖으로 나가 화장실이나 복도를 한 바퀴 돌고 오는 버릇이 있다.

최근에 밖으로 나가면서 저 멀리 있는 그의 자리를 쳐다보는 습관이 추가되었다.


그의 모습이나 자리가 보이면 나는 내 속의 BGM을 켜고 흥을 올려본다.

햇살이 비추는 행사장 창가를 등지고 앉아 부르는 M의 '신호등'을 흥얼거리면서 말이다.


알고 보면 당신도 나도 꽤 멋진 사람이니

우리 모두 각자 생의 운전대를 잘 잡고 달려보자는 마음속 응원과 함께.


붉은색 푸른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노란색 빛을 내는 저기 저 신호등이
내 머릿속을 텅 비워버려 내가 빠른 지도
느린지도 모르겠어 그저 눈앞이 샛노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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