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nna, Day 32~33

예술이네, 예술이야.

by 그냥 하자
스크린샷 2025-10-19 205003.png 쇤부른 궁전 정원에서의 뜀박질, 이게 예술이 아니면 뭘까


오늘은 2025년 10월 19일 일요일, 이곳 빈 현지시각으로 현재 저녁 9시가 되어간다. 오늘로써 빈에 머문 지 33일째가 되었다. 이제 월(Day 34), 화(Day 35) 이틀만 지나면 수요일(Day 36)에 비행기를 타고 떠난다. 한국 도착은 목요일이다. 처음에 그 하루를 잘못 계산해서 빈에 머무는 기간을 37일이라고 착각했는데 정확히는 35박 36일간 머무는 셈이다. 정말 한 달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 한편, 얼른 한국에 가서 한식을 마구 위장에 때려 넣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그런데 여행 막바지에 정말 너무도 기분 좋은 경험을 하고 간다. 바로 가을로 접어드는 아름다운 쇤부른 궁전 정원에서의 시간이다.


쇤부른 궁전은 이곳에 도착하고 3일째 되는 날 갔던 곳이었다. 다만 그날은 일정이 좀 늦게 진행되었기에, 궁 내부 투어만하고 정원은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고 잠깐 산책만 하고 들어왔었더랬다. 그러다 어제 오전 혼자 자유시간을 누리던 아내가 쇤부른 궁전 정원에 다시 갔다 왔는데 너무 좋았다면서 나 보고도 잠깐 가서 뛰고 오라며 자유시간을 하사하였다. 후다닥 달리기용 옷을 챙겨 입고, 지하철을 타고 쇤부른 궁전으로 향했다.


처음 빈에 도착했을 때는 날씨를 좀처럼 종잡을 수가 없었다. 첫 일주일은 한 여름 같았으며, 그다음 일주일은 초겨울 같이 추웠다. 그러다 겨우 '가을'스러운 날씨들이 찾아온 것이다. 어제 도착한 오후의 쇤부른 궁전 정원은 정말 완연한 가을 옷을 갖춰 입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단순히 사진 몇 장과 동영상으로는 이 느낌과 분위기가 설명이 잘 되지 않는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배경으로 초록색과 금빛, 주황색과 붉은빛 등 정말 다채로운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빛과 색의 심포니가 연주된다.


이곳은 1750년대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 시절 완공되었고, 1779년도부터 대중에게 개방되었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 궁전 정원이다. 시민들이 이 궁전 정원을 이용한 것이 250년이 넘은 것이다. 이제껏 빈에서 한 달간 머무르며 다양한 경험들을 했지만 이 쇤부른 궁전 정원의 가을은 그 무엇보다 아름다웠고 눈부셨다. 바닥에 깔린 노란색, 갈색, 황금색 낙엽들을 바스락 바스락 밟는다. 그리고 우거진 단풍나무와 가로수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을 바라본다. 살짝 넘어가는 햇살을 받은 하얀 구름들이 반짝인다. 정말 살아있는 예술, 그 자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너무도 즐겁고 아름다운 경험을 하였기에 얼마 남지 않은 여행 계획을 일부 수정했다.


원래는 월요일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래서 베토벤, 슈베르트, 모짜르트 등 음악가들이 잠들어 있는 '중앙묘지'를 가 볼 생각이었다. 생각보다 시내에서 조금 멀리 있어 아내와 둥이는 집에서 쉬고 나는 개인시간을 투자할 예정이었는데, 쇤부른 궁전 정원을 방문하고서는 나머지 시간들을 전부 쇤부른 궁전 정원에 할애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오늘은 오전에 둥이 이유식을 먹고서 얼른 짐을 챙겨 셋이서 다시 쇤부른 궁전 정원을 방문했다. 아내는 책을 챙기고 나는 또 운동복을 챙겼다.


아, 쇤부른 궁전 정원에 도착하기 전에 들렀던 쇤부른 인근 동네의 인도식당에서 아주 맛있는 커리를 먹은 것도 뜻밖의 수확이었다. 첫 숟갈을 떠먹어보고는 눈이 번쩍 뜨였고, 아내와 둘 다 '너무 맛있다'를 연발하며 다시 와서 먹자고 약속했다.


또다시 도착한 쇤부른 궁전 정원, 오늘로써 세 번째 방문이다. 오늘 역시 너무나도 아름다운 가을 정원의 풍경이었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둥이 케어를 시작한다. 기저귀 갈기와 분유 먹이기. 깔끔하게 정리하고서 아내는 짬을 내어 책을 보고, 나는 달리기를 하러 간다. 어제는 길고 긴 단풍나무 사이 산책길 위주로 돌았고, 오늘은 저 멀리 있는 글로리에테Gloriette(*한마디로 언덕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이다.)를 향해 올라간다. 글로리에테를 향해 올라가는 경사로길도 군데군데 숲길과 이어져 있다. 정말 다양한 길들이 미로처럼 얽히고설켜 있는데 생각보다 혼란스럽다거나 무섭다거나 하는 느낌은 없었다. 길을 잘 몰라도 적당히 내려가다 보면, 적당히 왔던 곳으로 발길을 향하다 보면 커다란 궁전이 보이고, 커다란 정원이 보인다.


대략 5키로 정도를 뛰고나서 아내와 둥이와 함께 또 글로리에테 언덕을 올랐다. 언덕배기 잔디밭에 자리를 잡고 둥이 이유식 먹이기까지 시도해 본다. 정말 의지의 한국인이 아닐 수 없다. 아내는 이유식을 이유식 전용(?)의 작은 보온병에 챙겨서 왔고 먹이기 담당인 내가 둥이를 안아든다. 다행스럽게도 둥이는 새끼 새가 엄마 새한테서 먹이를 받아먹듯이 작은 입을 벌리고 한 숟가락씩 잘 먹어준다.


이 언덕 잔디밭에서 보는 전망이 또 예술이었다. 저 멀리 중앙에는 궁전이 자리하고 있다. 궁전 앞으로 이쁘게 다듬어진 정원이 있으며, 궁전 뒤로는 빈 시내가 펼쳐진다. 왼쪽 뒤에는 야트막한 산도 있어 적당하게 무게감을 준다. 파란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은 덤이다. 사람들은 잔디밭 곳곳에 앉아서 궁전을 내려다본다. 아내의 표현으로는 신혼여행에 다녀온 포르투의 모루공원만큼 좋았다고 한다.


내일은 아침에 일찍 한 명씩 또 쇤부른 궁전 정원을 다녀오기로 했다. 나는 또 달리기를 할 것이다. 이제 대충 어디가 어딘지 감이 좀 오는 것 같다. 내일도 글로리에테까지 경사로 달리기를 해야지. 며칠 연속으로 달리기를 하다 보니 조금 하체에 무리가 가는 것 같긴 하지만, 그렇다고 높은 속도로 달린 것은 아니기에 이 정도는 견딜 수 있을 것이다. 내일 오후는 이제 짐을 싸야 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벌써 돌아갈 시간이 다가온다. 한국에서는 또 어떤 시간들이 우리를 기다릴까.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조급해하지 말고, 하나씩 차분하고 담담하게 처리해 나가자. 욕심부리지 않는 다면 다 순리대로 될 것이다. 그 시간은 그 시간대로 흘러오게 놔두고, 지금 이곳에서는 이곳의 즐거움을 만끽하자. 내일 아침 쇤부른 궁전의 정원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즐겁게 기대를 하면서 오늘 하루를 마무리 한다.


keyword
이전 12화Vienna, Day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