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urStellar Dec 28. 2023

꿩 대신 닭이라도 좋다

- 강아지 대신, 강아지 인형이라도

이해가 안 되는 것 같기도 한데, 그렇다고 꼭 이해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그러거니 하고 넘어가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지만 매번 볼 때마다 신기하다. 그러다가 어느새 슬슬 동화되어 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렇다고 그것이 꼭 싫은 것은 아니다.


아내가 주말 아침마다 꼭 챙겨보는 TV 방송이 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알만한 동물 관련 장수 프로그램이다. 처음 시작할 당시만 해도 집에 키우는 강아지를 애완동물이라고 했지, 반려동물이라는 말조차 없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오늘날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꾼 일등 공신은 아니라도 한 몇 등 공신쯤을 될 것이다. 주말 늦은 아침을 끝내고 느긋하게 남의 집 예쁜 반려견, 반려묘를 엿보고, 좀 특이한 동물 사연을 보는 아내의 즐거운 시간이다.

우리는 요즘 집마다 없는 것이 이상한 강아지 한 마리, 고양이 한 마리 없다. 지금까지 키워볼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 반려동물 키우게 된 계기가 대부분 아이들이 졸라대서 어쩔 수 없이 키우게 되었는데, 가장 반대하던 아빠가 제일 좋아하더라는 것이 일반적인 스토리이다. 우리 집 아이들도 가끔씩 강아지 한 마리 키웠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곤 했다. 그런 말이 나올 때마다 아내는 낮에 아무도 없는데 누가 강아지 돌볼 것이며, 대소변 치우는 것 네가 할 수 있냐고 아이들에게 되묻는다. 엄마의 말에 아이들은 ‘아니요’ 하면서 강아지 갖고 싶다는 욕망을 속으로 삼켰고, 우리 집에서는 강아지 키울 수 없다는 것을 어릴 적부터 머릿속에 새겼을 것이다.

그러한 아내가 주말마다 동물 프로를 보는 것이 신기했다. 그렇다고 대리 만족을 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한 마리 키우고 싶은데 지금 형편이 안 되는 어쩔 수 없지. 나중에 키워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지도 않다. 지나가면서 TV에 나오는 저 강아지는 무슨 문제야 하고 물으면 아주 열심히 내가 못 본 부분을 처음부터 설명을 해준다. 그래, 굳이 이해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냥 보는 것이다. TV 보는데 꼭 이유가 있어야 되는 것은 아니니까.


큰아이가 학교 앞에 방을 얻어 나가게 되었을 때, 강아지 인형을 사고 싶다고 했다. 차를 타고 외곽에 있는 가구 아웃렛에 가서 인기 있다는 강아지 봉제 인형을 샀다. 공부를 마치고 집에 와서 영상통화를 하면 아이는 항상 강아지를 안고 있었다. 강아지 이름을 짓고, 말을 걸고, 흔들어서 살아 있는 친구로 만들었다. 좁은 자취방에 혼자가 아닌 강아지 친구가 있어 덜 외로운 것 같았다.

시험을 끝낸 큰아이가 잠시 집으로 왔을 때 가장 먼저 챙기고 온 것은 강아지였다. 강아지는 집에 오면서부터 아이들 모두의 강아지가 되었다. 거실에 앉아 있을 때 늘 강아지와 아이들은 놀고, 장난을 쳤다. 


큰아이가 강아지에게 명령한다. “앉아” 동생이 강아지를 손바닥으로 눌러 앉힌다.

큰아이가 강아지에게 “손”하고 말한다. 동생이 강아지 오른쪽 발을 큰 아이 손에 턱 하고 얹는다.

큰아이가 강아지에게 “다른 손”하고 말한다. 동생이 강아지 오른쪽 발은 빼고 왼쪽 발을 큰 아이 손에 얹는다.

큰아이가 강아지에게 “코”하면서 손가락으로 고리를 만든다. 동생이 강아지 코를 손가락 고리에 끼운다. 큰아이가 “아이 잘했어.”하고 칭찬한다.

큰아이가 강아지에게 “빵야”하면서 총 쏘는 시늉을 한다. 동생이 강아지를 뒤로 발랑 까발린다.

그러고는 둘이 재미있어 깔깔거린다. 그 모습을 보는 나와 아내도 다 큰 애들이 무슨 이런 시시한 장난을 하느냐고 어처구니가 없어 같이 웃는다.


택배회사 페덱스 직원이었던 톰 행크스는 비행기가 추락하여 무인도에 혼자 살아남는다. 아무도 없는 섬에서 그를 괴롭힌 것은 굶주림이나 추위와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극심한 외로움이었다. 그래서 그는 비행기 화물에서 찾은 배구공에다 눈과 입을 그리고, 윌슨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말을 건넨다. 윌슨이 바다로 떠내려갈 때 그것을 구하려는 처절한 사투를 보면서 인간이란 정말 혼자서 살 수 없도록 진화한 생물이라는 것을 느낀다. 사람이 없으면 동물이라도, 동물마저 없다면 사물이라도 의인화하여 같이 지낼 존재가 필요한 것이 호모 사피엔스라는 존재인 것 같다.


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정이 안 되니 봉제 인형으로 만족해야 한다. 꿩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다면 닭이라도 애정을 주면서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으면, 닭도 안 좋을 까닭이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