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 시스코의 주말 # 일상대여 2
샌프란시스코의 주말
골든게이트가 무너지는 상상을 한다. 수많은 영화에서는 오늘도 골든게이트를 박살내고 있다. 지구의 종말이나 핵전쟁, 샌 안드레아스 단층 등 지구나 샌프란시스코가 위협을 당하는 영화에서는 어김없이 골든게이트가(금문교)가 무너진다. 심지어는 대학생들의 특수효과에 대한 과제에서도 금문교는 부서진다. 금문교는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금문교를 보기 위해 버스를 탔다. 유니온 스퀘어 근처 호텔에서 버스를 탔는데 가는 길에 잠시 돌로레스 공원에 들러 피크닉을 즐겼다. 공원은 주말 가족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로 제법 북적였다. 돗자리를 깔고 책을 읽는 사람들도 있고 햇빛을 쬐며 선탠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는 가지고 간 샌드위치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마켓에서 산 딸기맛 요구르트를 맛보았다. 공원 근처에는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트램을 타려고 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우리는 오후에 타보기로 하고 버스에 올랐다. 금문교까지는 몇 번의 버스를 갈아타야 했는데 버스 안은 우리나라 버스와는 사뭇 다르게 지저분했다. 음료를 쏟은 자국과 오래된 먼지가 눌어붙어 물티슈로 닦아내어도 닦이지 않았다. 좌석이 있어도 서서 가는 사람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지저분한 의자 탓인 듯했다. 샌프란시스코는 특이한 냄새가 거리마다 조금씩 나는데 대마초 같은 풀 냄새라고 한다. 나는 대마초 냄새를 맡아본 적이 없어 그냥 꿉꿉한 냄새려니 했다. 거리에서는 어디든 노숙자를 만날 수 있고 술과 마약에 취한 비틀거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유리문을 부수고 차량을 터는 차량털이범이 많아 차량정비소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샌프란시스코는 피해 금액 3,000달러 이하는 경찰 수사조차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범죄가 많은 것 같아 우리도 이동하는 내내 가방과 여권을 수시로 살폈다. 혹시나 소매치기라도 당해 여권을 잊어버릴까 봐 노심초사하였는데 다행히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 낮에는 관광지였다가 밤이 되면 슬럼가로 변하는 곳도 있다 하니 IT와 TECH의 메카인 이 도시의 극명한 대비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했다. 가진 자는 지키려 애쓰고, 없는 자는 빼앗으려 애쓰는 도시의 모습은 천의 얼굴을 가진 오딘(북유럽 신화의 최고의 신)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금문교를 보기 위해 해변에 도착했다. 금문교는 조셉 슈트라우스가 설계한 현수교로 1937년에 완공되었다. 길이는 2,737m이며 미국에서는 가장 긴 다리로 인정받고 있다. 금문교는 지구 한 바퀴를 돌고도 남을 와이어가 다리를 지탱하고 있으며, 1,200,000개나 되는 대갈못이 박혀있다. 자살을 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온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자살다리로도 유명한 이 다리는 지금은 자살 방지를 위해 철망을 세워두고 있었다. 나는 붉은색의 금문교 위를 직접 걸어보았는데 모자가 날릴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샌프란시스코의 전경은 알카트라즈 감옥에서 바라보는 죄수의 절실함처럼 그 위엄이 도드라져 보였다. 다리 주변 해안가로는 꽃을 심어 화단을 조성해 놓았는데 휴식을 취하거나 산책을 하기에 좋은 것 같았다. 실지로 도시민이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을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우리는 방문객 센터에 들러 모형으로 아기자기하게 만들어 놓은 다리나 인형, 감옥들을 구경했다.
금문교에서는 알카트라즈 섬을 볼 수 있다. 다리 주변에는 늘 안개가 짙어 바다 건너 알카트라즈 섬을 잘 볼 수 없을 때도 있는데 때마침 안개가 걷히고 햇볕이 좋아 알카트라즈 섬을 볼 수 있었다. 지옥의 섬으로 유명한 알카트라즈는 샌프란시스코 해안에서 약 2.4km 떨어진 작은 섬으로 흉악범들이 수감 됐던 교도소로 유명한 곳이다. 짙은 안개 사이 매섭게 부는 바닷바람이 섬 전체를 두르고 있고 조류가 거칠고 수온이 낮아 탈옥이 거의 어려웠지만 1962년 3명의 수감자가 탈주하게 되었고 훗날 ‘알카트라즈 탈출’이라는 영화가 나오기도 하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설적인 갱 알 카포네나 조지 켈리가 이곳에서 수감 생활을 하였다. 1970년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이곳을 둘러볼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으스스한 교도소의 분위기를 그대로 체험할 수 있다. 우리는 일정 때문에 직접 알카트라즈 섬을 방문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알카트라즈를 향해 배에 오른 사람들을 보았는데 영화 ‘알카트라즈 탈출’의 ‘프랭크 모리스’ 역의 ‘클린턴 이스트 우드’가 떠 올랐다. 코트를 입고 배에서 내리는 그의 모습은 흉악범이라기보다 너무나 평범하여 영화를 보는 내내 그를 동정하게 되었었다. 밤이 되면 바다 건너 바라다보이는 샌프란시스코의 휘황찰란 한 불빛은 독방에 갇힌 죄수들에게 또 다른 고문이었을 것 같다. 죄수는 도망치려 하고 간수는 지키려 하고 각자의 본능은 참담하다 못해 거룩해 보인다.
우리는 금문교와 알카트라즈를 떠나보내며 트램을 타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샌프란시스코의 주말은 아직 보여줄 것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