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 6.きっと ずっと(Kitto Zutto )

(feat. 너와 나의 약속)

by Rachel

Intro.

나는 오래 전, 약속을 믿지 않는 마법에 걸렸다.

그런데 어느 날, Y가 말했다.

“저는, 약속을 하면 지킬 거예요.”

그렇게 말하는 Y의 얼굴에서 빛이 났다.

순수하게 빛나는 아이의 모습에서 불꽃처럼 믿음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누군가와의 약속을 무겁게 여긴 건, 얼마나 오래 전이었을까.

어릴 때의 나는, ‘약속은 깨지는 것’이라고 배웠다.

어른이 되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사람보다 약속을 더 믿지 않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아이는, 작고 단단한 목소리로 그 말을 꺼냈다.

“나는 약속을 꼭 지킬 거예요.”

마치 그 한마디로 나를 다시 사람에게로, 관계에게로,

그리고 신뢰라는 감정에게로 이끌어주는 것만 같았다.

나는, 그 말이 너무 고마웠다. 그래서, 나도 그 아이와의 약속을 꼭 지키고 싶어졌다.





“선생님. 오늘은 이거 들어봐요.”

언젠가부터, 수업이 끝나면 Y는 자기 핸드폰을 내밀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함께 한 수업 내내 신나하더니, 오늘은 이걸 들어보라며 내밀었다.

“이거 일본어잖아. 계속, 쭉?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
“아니요. 나 모르는데, 가사보다 멜로디가 좋아서요.”

“그래, 그럼 오늘 같이 들어볼까?”

Y의 책상 앞에 앉아, 가방을 싸던 걸 멈추고 그 아이의 감성에 젖어들었다.



둘다 눈을 감고 음악을 느끼고 있는데, Y가 말했다.

“선생님, 이거 되게 포근한 느낌 들지 않아요?”

“응, 이거 되게 포근하고, 따뜻한 이불 같네.”

“캐릭터들도 귀엽구요. 나도 이렇게 그리고 싶어요.”

눈을 빛내며 말하는 그 나이때의 사랑스러움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Y가 속삭였다.

“그리고, 나도 일본어 이렇게 잘 하고 싶어요. 영어부터 배워서, 일본어도 잘 할 거예요.”

귀엽기도하고, 어쩐지 찡하기도 했다.

정말 좋아하니까 나오는 그 말들.

자기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을 하는 아이돌들을 보면서 얼마나 맘을 졸였을까.

저 말 하나하나 알아듣고 싶었을 텐데.


“혹시, 가사 찾아봤어?”
“찾아봤는데 죄다 영어였어요. 저 지금 파닉스 배우는 중이라 읽기도 모르니까. 사전 좀 찾아보다 말았어요.”

“와, 그거 좋은 일이다.”

“왜요?”

“왜긴. Y가 처음으로 사전을 먼저 찾았잖아. 숙제 아닌, 너의 의지로. 그거 진짜 대단한 거야.”


왜일까, 이 아이는 수줍음을 타는 아이가 아닌데.

Y의 귓가가 발갛게 물드는 것을 보며 생각했다.

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던데. 우리 Y도 춤을 추겠다.


귀로 춤을 춰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며 Y에게 말을 건넸다.

“혹시, 이 노래 어떤 점이 좋아?”

“음, 다정하잖아요. 발음이 간질간질해요. 꼭 슬라임 거품처럼 몽글몽글해요.”


몽글몽글하다라.

점점 아이돌을 좋아하면서 자기의 국어 실력을 키워가는 아이를 보며 뿌듯했다.

아이의 말대로 나도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이었다.

알아듣지 못할 외국어지만, 그 감정의 결이 전해진 기분이었다.


“Y야. 너, 정말 대단해. 선생님도 일본어를 잘 모르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알겠어.”

“뭘요?”

눈을 반짝이며 묻는 아이에게 대답했다.

“너, 투바투 되게 좋아한다는 거. 그래서 영어 사전 찾아볼 만큼 많이 좋아한다는 것도. 그러니까 내일도 숙제 하나 더!”

“아잉, 숙제 싫은데.”

“영어 가사 중에 모르는 단어 다섯 개만 찾아서 단어책에 적어오기. 그정도면 쉽지?”
“에이 선생님, 숙제 말고 다른거 주세요- 영작은 할 수 있어요.”

“음, 나는 찾는 숙제를 더 내주고 싶은데?”

장난스럽게 놀리자, Y가 혀를 내밀며 말했다.

“아, 선생님 너무해!”

“그렇게 싫어?”

“아니요- 그래도 너무 많아요. 세 개만요.”

“좋아, 오늘은 Y가 처음으로 사전을 찾은 날이니까 세 개. 그럼 다음 시간에 보자.”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사이, 내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단어책 찾는 숙제를 내주면 정말로 하기 싫어서 혀를 베에 내밀던 아이였는데, 저 가사 찾으려고 사전을 찾았다니.

너무 귀엽기도 하고 자랑스러워 학부형께 살짝 귀뜸을 해드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버스 안에서 이름이 기억 안나서 일본어 트랙을 찾다가 집에 도착했다.

아이를 픽업하려고 나오려다가 결국 그 트랙을 찾아 재생을 했다.


아이를 기다리며 듣는데, 뭔가 나도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었다.

비누거품이 몽실몽실 올라와 온몸을 감싸는 기분.


Y도 그런 기분이 들었을까 생각하며 미소띤 얼굴로 우리집 곤죠왕자를 반겼다.


곤죠왕자가 엄마 오늘은 왜 이렇게 예쁘게 웃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곤죠왕자님. 엄마 오늘 Y누나네 집에서 슬라임 놀이 하고 온 기분이 들어서 그래.”

“응? 나 빼고 왜 슬라임 놀이 했어? 너무해!”

볼을 부풀리며 퉁퉁거리는 곤죠 왕자에게, 속삭였다.

“응, 누나가 들려준 음악이 진짜 슬라임처럼 몽글몽글하다는 뜻이야.”

“슬라임 놀이 안 했어요?”

“응, 집에 가서 하자.”




곤죠 왕자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하늘을 올려다봤다.

장밋빛 하늘을 보면서, 저게 꼭 그 음악의 색깔 같다고 생각했다.

집에 와서 아이를 씻기고 밥을 먹이면서 멜로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자기 전에 누워 가사의 의미를 찾아보곤 감동을 받았다.

가사는, 너무 아름답고 슬펐다.

나 대신 울어주는 이가 당신이니 당신은 내게 특별한 사람이라니.

그런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나도 모르게 가슴이 채워지고 몽글몽글한 기분.

Y가 말했던, 그런 기분이 나도 들었다.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품에 안긴 곤죠왕자의 등을 쓸었다.

나에게도, 곤죠 왕자에게도 몽글몽글하고 좋은 밤이 되기를.


그리고- 믿음이라는 게 뭔지 직접 보여준 Y에게도, 좋은 밤이 되어서.

꿈속에서 만나 그 몽글몽글한 믿음의 거품을 함께 터뜨리며 놀게 되기를, 한참 노래를 들으며 바랐다.




Outro.

나는 원래 약속을 무서워하는 사람이었다.

누군가를 믿고 기다리는 일, 혹은 누군가에게 믿음을 받고 기다리게 하는 일.

그건 내게 너무 큰 두려움이었다. 약속은 자주 깨졌고, 나는 자주 버려졌으니까.

그런데 Y가 한 말 때문일까, 나도 그 아이처럼 해보고 싶었다.

누군가를 실망시키지 않는 어른이고 싶었다. 순수한 그 아이가 믿는 어른이고 싶었다.

그 순간, 나는 그 아이에게 배우고 있었기에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 아이를 위한 책을 써 보기로 나 자신과 약속했다.


어쩌면 이 책은, 처음으로 누군가와의 약속을 기쁘게 지켜내고 싶어졌던 내 마음의 기록인지도 모른다.



작고 빛나는 별 하나가, 나를 그렇게 움직였다.

모든 별은 돌에서 시작되니까.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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