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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집순이 Jan 02. 2024

그냥 금쪽이 엄마 할래

금쪽이는 문제아이가 아니다

금쪽같은 내 새끼 중에 부모가 아이를 과잉보호하는 것처럼 보이는 회차가 종종 있다.


그날도 그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고 엄마의 심정까지 이해한 다음이었다.


언니 아이의 통학을 독립시킨 지 오래였다. 반면에 나는 초2를 아직까지도 학교까지 직접 바래다주고, 데리러 오는 상황이었다.  언니는 그걸 극성으로 여기며 지난주 금쪽이 방영분에 빗대어 이야기했다.


나는 속으로 화가 치밀었다. 그 언니는 미리 보기밖에 보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 영상에는 과잉보호하는 듯한 모습이 유독 드러난 자극적인 장면들만 있었고, 하필 거기 빗댄 것에 대해 화가 났다.




대놓고 불편감을 드러는 못하고 친구에게 한풀이하듯이 이야기를 했다. 친구는 공감의 말 끝무렵에 정곡을 찌르는 한 마디를 했다.


"나 그냥 금쪽이 엄마 할래..."


그 말에 아차 싶었다. 나는 왜 그냥 금쪽이 엄마임을 받아들일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나는 왜 금쪽이에 빗댄 것에 발끈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이와 나를 문제아이와 문제부모로 보는구나'라는 망상을 발전시킨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조금씩 조금씩 금쪽이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을 쌓고 있었고, 나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고 거리를 두고 벽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금쪽같은 내 새끼는 양육자가 아이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에 대해 일상을 관찰하여 루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은 부모의 금쪽같은 아이라는 뜻에서 금쪽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게 되는데, 프로그램 특성상 방송에 나올만한 특별한 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아이들은 금쪽이로 소개되는 일이 없고 어떤 문제 행동을 가진 케이스가 주로 소개되다 보니 점점 금쪽이 =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라는 인식이 만들어진 듯하다.


아무런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보면 금쪽이와 그 부모는 그냥 모두 같은 이 세상 사람들일 뿐이다. 금쪽이 엄마인 게 뭐가 어때서 발끈했는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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