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엄마가 듣고 있다는 사실이 신경 쓰였고, 민망하게 느껴졌다. 안 그래도 남편의 꼿꼿한 태도에 대해 익히 알고 있고, 그 태도를 마음에 안 들어하는 사람이었다. 아이들 입에서 그런 말까지 들으면 언젠가 또 남편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을 할 것 같았고,그렇게 되면 기분을 망치는 일이 생길 것 같아서 곤란한 느낌이 들었다.
다음날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런 말은 하지 말라'는 내용으로 타일렀는데, 그게 또 전날 만난 친구에게 '엄마께 혼이 났다'는 내용이 추가되어 전달되었다.
점점 꼬이는 것 같아서 골치가 아프다고 생각했는데,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니 이런 포인트들이 바로 부모에게서 알게 모르게 습득해 버리는 행동인 것 같았다. 바로 나에게서 배운 것이다.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면 그걸 듣고 있기가 힘들고, 꼭 '나도 비슷한 처지다'류의 이야기로 그의 불안감을 덮어서 꺼뜨려야 직성이 풀리는 그 점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직접 가르쳐준 적도 없는데 어느 순간 배워버린 것이다.
아이들의 그 친구는 아빠보다는 엄마가 무서운 편이었고, 그 점을 종종 이야기한다. 아이들은 그걸 듣고는 '우리는 엄마가 안무서운 대신 아빠가 엄청 무섭다'라고 말했고, 그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그 친구 듣는 데서 그 말을 했었어야 하는 것이다.
정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구나!
말로 가르치는 것보다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를 더 빨리, 그리고 본능적으로 뿌리깊이 습득하는 게 정말 무서운 거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