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칭찬은 평생 기억에 남는다
기억에 남는 칭찬하기
운동회 날에, 나는 어차피 꼴찌 할 달리기가 너무 싫고 창피해서 안 나가고 싶다고 할머니를 졸랐다. 할머니께서는 마지못해 "정 싫으면 나가지 않아도 된다"라고 하셨다.
하지만 무슨 마음이었는지 차례가 다가오니 그냥 눈 질끈 감고, 꼴찌 해서 창피해도 달렸다.
그날 이후로 할머니는 여기저기 엄청 크고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고 다니셨다.
'안 뛴다고 해서 내심 서운했는데 갑자기 저 멀리서 손녀가 뛰는 모습이 보이니 놀라웠다, 운동회에 다른 잘하는 아이 보러 온 게 아니라 우리 손녀 보러 왔는데 그걸 보게 돼서 좋았다'라는 내용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싫어도 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 그게 무엇이든 일단 하는 마음이 절로 생겨났다.
그때 나는 아마도 선생님께 말할 용기가 없기 때문에 떠밀리듯이 뛰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유야 어찌 됐든 할머니는 그 행동을 높이 사서 칭찬하셨다. 덕분에 평생 내 기억에 남아서 아직까지도 내 사소한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이들에게 '잘했다'라고 칭찬을 하면 당장은 기분 좋게 받아들이긴 하지만 그것이 기억에 남을지는 의문이다.
정말로 진심을 담아서 칭찬하고 여기저기 떠벌리기까지 하기란 남 눈치 보느라 쉽지 않은 것이지만, 그렇게 하는 칭찬이 아이들 입장에서는 크게 와닿을 것이다.
아이들이 칭찬을 많이 받고 싶다고 대놓고 말하기까지 하는 일이 있었다. 바로 학예회였다. 세 달간 열심히 준비하여 공연을 했기 때문에 칭찬을 많이 받고 싶어 했다. 그래서 학예회가 끝난 뒤 꽃다발도 사주고 있는 말 없는 말 다 꺼내어 칭찬을 시도 때도 없이 늘어놓았다.
하지만 다른 아이에 대해서 "저 친구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한 거야?"라는 질문을 딱 한 번 던졌을 뿐인데, 그것이 어마어마한 칭찬으로 들렸는지 자기들에게는 칭찬 많이 안 해주면서 다른 친구는 칭찬 많이 해준다며 살짝 토라지기까지 했다.
아이들은 엄마 말 밑에 깔린 진심을 기가 막히게 알아차린다. 억지로 해야 해서 하는 칭찬인지, 무심결에 나온 진심 어린 칭찬인지 다 알고 있다. 어릴 적 할머니께서 하신 칭찬을 되새기며 아이들에게도 가끔은 진심을 가득 담은 칭찬이 필요하단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