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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헤다 Oct 20. 2023

다시 찾아온 봄

연둣빛 봄에 선물처럼 찾아온 너


 


  따뜻한 봄이 되자 자주 산책을 나갔다. 눈부신 봄볕이 나뭇잎에 부서지듯 내려앉는다. 너울너울 피어난 새순은 연약한 연둣빛을 띤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부드럽고 여린 빛깔을 가졌다. 나는 푸르른 녹음의 여름보다 갓 피어난 생의 기쁨을 표현하는 연둣빛 봄에 더 마음이 간다. 그 시절에만 볼 수 있는 색채라서 더욱 귀중하기 때문이다. 온 세상이 찬란한 연둣빛이었던 아름다운 계절에 선물처럼 아기가 찾아왔다.



  이렇게 빨리 아기 천사가 찾아오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겨울에 유산을 한 뒤, 최대한 빨리 아기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우리는 무작정 자연임신을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시술을 해보기로 했다. 4월에 인공수정을 위해 난임병원에 진료 예약을 해두었고 새로운 월경 주기가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예정일이 지나도 전혀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임테기를 해 보았는데... 글쎄 두 줄이 뜬 것이다. 유산된 지 3개월 만에 재임신이라니? 처음에는 너무 당황스러웠고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불안하고 두려웠다. 이 두 줄이 어떤 의미인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찾아온 이 생명이 정말 우리와 인연이 닿은, 우리가 그렇게 간절히 바라고 바라던 소중한 존재로 태어나줄까? 아니면 신이 나를 한 번 더 시험에 빠뜨리기 위해 계획한 걸까? 나는 어쩌면 또다시 상실의 아픔을 겪어야 할 수도 있다.



  기쁜 마음과 두려운 마음을 품은 채 초음파를 보러 갔다. 쿵쿵- 생명이 박동하는 소리. 어둡고 캄캄한 진료실에 울려 퍼지는 아기의 심장소리는 주위를 고요하게 만들었다. 내 몸에 두 개의 심장이 뛰고 있다니, 무척 감격스러웠다. 초음파 화면을 보니 아주 작은 아기가 아기집 벽에 붙어 있었다. 1cm도 채 되지 않는 그 작은 몸에서 어떻게 그런 우렁찬 소리가 날 수 있을까? 너의 심장은 온 힘을 다해 뛰는 구나, 마치 생명력을 과시하듯. 그 경이로움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우여곡절 끝에 이 작은 생명이 우리에게 찾아와준 게 너무 감사했다. 생명의 소리는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게 했다. 이 심장소리를 계속 뛰게 해주고 싶었다. 아기를 지키기 위해 어떠한 고통도 감수할 수 있다는 마음이 저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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