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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조직 속의 나, 나는 누구인가

역할 속에서 잃어버린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

by 노멀휴먼

회사의 문을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개인’에서 ‘직원’으로 바뀐다.

이름 대신 직책으로 불리고, 감정보다 역할이 앞선다.

그 변화 속에서 진짜 나는 점점 희미해져 간다.


업무 메일의 문체, 회의에서의 말투,

보고서의 형식까지 모두 ‘회사식’으로 맞춰진다.

그 안에서 나의 말투나 생각은 조금씩 깎이고 다듬어진다.

결국 나는 회사가 원하는 나로 살아가게 된다.


처음엔 그렇게 적응하는 게 성장이라고 믿었다.

조직의 일원으로서 협력하고 성과를 내는 것이 성숙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어디까지가 나일까’라는 질문이 생겼다.


회의 자리에서 의견을 말하고도,

돌아서는 길에 후회할 때가 많다.

‘괜히 나섰나’, ‘조용히 있을 걸’ 같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건 내 생각보다 ‘역할의 나’를 더 신경 쓰기 때문이다.


조직 안의 나는 개인이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부하’이자 ‘누군가의 동료’이다.

그 관계 속에서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도 무게가 실린다.

그래서 진심보다 조심히 앞서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계속 조심하다 보면, 나의 색깔은 점점 옅어진다.

일은 잘하지만, 존재감이 사라지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그때부터 조직은 ‘일하는 나’만 기억하고, ‘사람인 나’를 잊는다.


나 역시 그런 상황에 익숙해져 있었다.

누군가의 기대에 맞추는 것이 안전하다고 믿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이었는지도 잊어버렸다.


어느 날, 후배가 나에게 물었다.

“선배는 일할 때 가장 즐거운 순간이 언제예요?”

그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했던 내가 낯설게 느껴졌다.


일은 분명 내 삶의 큰 부분인데,

즐거움이 떠오르지 않았다.

성취감 대신 ‘잘 버텼다’는 안도감만 남아 있었다.

그건 내가 일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버티는 법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조직은 늘 ‘성과’를 말하지만, 마음은 ‘존재감’을 원한다.

누군가의 인정보다, ‘내가 나답게 일하고 있다’는 감각이 더 중요하다.

그 감각이 사라질 때, 우리는 쉽게 번아웃된다.


나는 오랫동안 회사 안에서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 애썼다.

갈등을 피하고, 분위기를 맞추며, 늘 웃는 얼굴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 미소 뒤에서 내 마음은 조금씩 지쳐갔다.


이제는 안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보다

‘진짜 나’로 있는 것이 더 어렵다는 걸.

진심을 숨기며 버티는 건 오래갈 수 없는 방식이다.


조직 속에서도 나답게 존재하려면,

스스로의 기준이 필요하다.

남이 정한 옳고 그름이 아니라,

내가 지키고 싶은 마음의 기준이다.

그 기준이 바로 나를 ‘흔들리지 않게 만드는 심리적 축’이다.


나는 그 기준을 ‘존중’에서 찾았다.

내가 타인을 존중하는 만큼,

나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는 단순한 원칙이다.

그 마음을 잃지 않으니, 불필요한 비교와 눈치가 줄어들었다.


조직은 거대한 톱니바퀴 같지만,

그 속의 나도 하나의 축이다.

내가 흔들리면 그 구조도 조금씩 흔들린다.

그러니 결국 ‘나를 지키는 일’은

조직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역할 갈등’은 나와 역할의 불일치에서 온다고 한다.

즉, 진짜 나와 회사가 요구하는 내가 다를 때 마음의 피로가 커진다.

그래서 우리는 ‘역할 속의 나’를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회사에서의 나는 일을 잘하지만,

인간적으로는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

그건 일이 아니라 마음의 거리 때문이다.

일의 효율보다 감정의 균형이 더 중요하다는 걸, 이제야 깨닫고 있다.


진짜 나를 되찾는 건 거창한 변화가 아니다.

회의 중 한마디 솔직한 의견을 말하고,

불합리함에 침묵하지 않는 일이다.

그 작은 용기가 나를 다시 ‘나답게’ 만들어준다.


조직 속에서 나답게 산다는 건,

완벽히 자유로워지는 게 아니다.

다만, 타협 속에서도 ‘내가 지키고 싶은 가치’를 놓지 않는 것이다.

그게 곧, 심리적으로 건강한 직장인의 모습이다.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역할로 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나’라는 존재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 책은 그 나를 잊지 않으려는, 우리 모두의 심리적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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