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으로 살아가기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기여하기

by 노멀휴먼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다.


굳이 MBTI로 설명하자면,
E와 I 중에서 I에 확연히 치우친 성향이다.


어릴 적만 해도,
내향적인 성격은 남자답지 못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강했다.
그 때문에 불편한 경험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모임에 참석할 때면
억지로 외향적인 사람처럼 행동하려 애썼고,
모임을 마치고 집에 오면
진이 빠져 한참을 널브러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을 만나는 약속은
애초에 자주 잡지 않았다.
혹시라도 약속을 잡은 날엔,
외향적인 척을 해야 하는 부담감에 시달렸다.

실제로 누가 봐도 내향적인 사람이었을 텐데 말이다.


아무튼 나는 첫 직장을 다니면서

외향적인 동기들이 너무 부러웠다.
그들은 타인에게 쉽게 다가가고,
화려한 언변으로 대화를 휘어잡고,
어려운 선배들과도 빠르게 친해졌다.


반면, 나는 주로 고개를 끄덕이며 웃다가 대화가 끝나곤 했다.
식사 자리에서는 너무 조용히 있던 탓에
선배들이 “그 자리에 그런 애가 있었어?”라고
뒤늦게 알아채는 일도 많았다.


사실 외모도 크게 주목받을 만한 스타일은 아니어서
기억을 못 해준다고 억울해할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마음 한편엔 묘한 서운함이 있었다.

나는 내가 뭔가를 바꾸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은 조바심이 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심리학 책을 읽게 됐다.
거기엔 내향적인 사람이란
단지 외향적인 사람과 다를 뿐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문장을 읽고 처음으로 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어, 다르다고? 그래, 그냥 다른 거지 뭐."
그 순간 내게 내려진 판결 같은 결론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며 나의 내향적인 성향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
나는 말수가 적다 보니 말실수도 적었다.
적을 만들 만한 행동을 하지 않으니
사람들에게 별로 안 좋은 소리를 듣는 일도 적었다.


어느 날, 전날의 숙취 때문에
도저히 머리가 안 돌아가서
죄송하다고 하며 설명을 몇 번이나 다시 요청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상대가 나중에
“쟤는 정말 남의 말을 깊게 이해하려고 진심을 다하는 것 같아”
라고 말한 것을 듣고 나는 속으로 엄청 뜨끔했다.

사실 숙취 때문에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거였는데 말이다.


남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성향 덕분인지
“이해심이 많다”는 평을 듣기도 했고,
좋은 일이 생겨도 크게 자랑하지 않다 보니
시샘을 받는 일도 없었다.

오히려 사람들이 “묵묵한 친구”라고 생각하며
좋게 봐주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에는 외향적인 동기들이 더 주목받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차분히 자신의 일을 해내는
나 같은 사람이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어릴 적엔 내향적인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내향성은 나를 성장시키는 중요한 일부였고,
내 삶을 조금 더 깊고 충실하게 만들어줬다.


나이가 들수록 느낀 것은,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졌기에
각자의 장점이 빛을 발할 기회가 있다는 사실이다.


외향적인 사람은 사람들 속에서 에너지를 얻고,
내향적인 사람은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더 깊이 사고하고 몰입할 기회를 가진다.
결국, 세상은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며 돌아간다.


이제 나는 나의 성향을 더 이상 숨기지 않는다.
필요할 때는 대화를 즐기고,
그 외에는 나만의 속도로 나아간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어떤 모습이든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기여하는 것이 아닐까.


그게 내향적이든 외향적이든,
내가 내 삶을 충분히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는 게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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